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비 Oct 17. 2019

티메- 몽골의 쌍봉낙타

당신에게 몽골 #6

낙타의 눈에는 바다가 보인다


몽골의 낙타는 ‘티메’라 한다. 암컷은 ‘잉게’, 수컷은 ‘부르’라 불린다. 실크로드를 따라 온 대상들이 두고 간 낙타들이 야생으로 번식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다. 아라비아의 낙타들은 등의 혹이 하나인 외봉낙타이지만 몽골의 낙타는 쌍봉낙타이다. 고비에는 약 10만 마리의 쌍봉낙타가 있다. 쌍봉낙타의 등에 있는 혹이 바로 서면 건강한 상태이고, 혹이 비스듬히 기울거나 꺾여 있으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 한다. 


몽골 사람들은 낙타의 눈에서 바다가 보인다고 믿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깊은 바다처럼 고요하고 슬프다. 그러나 오래 쳐다보면 끈적거리는 침을 뱉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 낙타의 위액이 섞인 초록색 침은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사막을 건너는 대상처럼 낙타를 오래 타고 싶다면 두툼한 기저귀를 차기 바란다. 안 그랬다가는 엉덩이가 까진다. 까진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화장실에 들어가 겸손히 기저귀를 차기 바란다. 낙타가 화나면 말만큼 빨리 달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느리다고 낙타의 옆구리를 발로 차지 말기 바란다. 헬기 부르게 된다. 사람을 태우는 낙타들은 어려서부터 측대보행(좌우의 다리가 함께 걷는 보법)으로 길들여진다. 측대보행을 하는 어미 낙타의 새끼는 자동으로 측대보행을 익히게 된다. 낙타는 말에 비해 키가 크기 때문에 타고내릴 때 주의해야 한다. 낙타를 타다가 떨어지는 관광객들이 종종 있다. 

낙타를 앉힐 때에는 ‘서억 서억!(앉아라)’이라고 하고, 타기 전에 낙타의 귀에 ‘하이르테(사랑해)’라고 속삭여 주면 좋아한다고 한다. 

낙타는 척박한 고비의 황야에서 자라는 엉겅퀴나 아카시아, 쑥처럼 가시가 돋고 쓴 풀들을 뜯어먹고 산다. 낙타의 털은 게르를 버티는 줄로 쓰이고, 부드러운 목털은 모자를 만드는 데 쓰인다. 고기를 식용으로 하나 맛은 양이나 염소에 비해 떨어진다. 낙타의 젖은 모유와 성분이 가장 가까워, 산모들이 젖이 안 나올 때에는 낙타 젖을 아기에게 먹인다.


낙타는 모성애가 강하다.

     


옛날에 전쟁을 치르는 중에 장군이 죽으면 임시로 매장을 한다. 전쟁이 끝나 돌아가는 길에 매장한 장군의 유해를 수습하여 고향으로 운구하게 된다. 문제는 허허벌판에서 묻은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끼가 있는 낙타를 데려온다. 그리고 어미 낙타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죽인다. 그리고 장군의 시신과 함께 새끼 낙타를 묻는다. 어미 낙타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새끼가 묻힌 그곳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낙타가 새끼에게 이유 없이 젖을 물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다. 어미와 색깔이 다른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낙타가 제 자식이 아닌 줄 알고 젖을 물리려 하지 않거나, 새끼를 낳느라 겪은 산고가 너무 크거나, 아니면 갓 낳은 새끼를 사람이 만지면 어미가 젖을 물리지 않는다고도 한다. 

새끼는 울면서 어미를 따라다니지만 어미는 젖을 주지 않는다. 그럴 때, 어미 낙타에게 마두금을 연주해 준다. 구슬픈 마두금 소리를 들은 어미 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새끼에게 다가와 젖을 물린다. 이것을 후스(Hoos)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는 마두금을 사람이 켜지 않고 어미 낙타의 등에 매달아 지나가는 바람이 켜는 소리를 듣게 하기도 한다. 바람이 켜는 마두금 소리!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지 않는가.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비암바수렌 다바아가 만든 ‘낙타의 눈물(The Story of Weeping Camel)’이라는 영화를 보기 바란다.  


낙타를 사막의 배라고 한다. 몽골의 낙타도 역시 사막에 있다. 낙타는 어째서 살기 힘든 사막에만 머물러 있을까.

몽골 설화에 그 답이 있다. 

낙타는 원래 뿔이 있었다. 그런데 물을 마시러 갔다가 사슴을 만났다. 사슴은 잔치에 간다며 낙타에게 뿔을 빌렸다. 잔치에 가서 멋진 뿔 때문에 칭찬을 들은 사슴은 욕심이 나서 줄행랑을 쳤다. 낙타는 사슴이 뿔을 가지고 오기를 아직도 사막에서 기다리고 있다. 낙타가 물가에서 물을 먹다가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은 행여 사슴이 오는지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홍그린엘스(Khongoryn Els)의 여행자 캠프에 가면 뿔 달린 낙타의 동상이 있다. 시멘트로 만든 조악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걸 보고 웃긴다고 하지 말자. 뿔을 도둑맞은 낙타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니겠는가.  




몽골에도 띠가 있다. 열두 마리의 동물이 등장한다. 낙타는 유감스럽게도 이 속에 들어가지 못한다. 이번에는 쥐에게 속아서 띠에 들어가지 못했다. 신이 이를 불쌍히 여겨, 낙타에게 열두 동물의 좋은 점들을 나눠 주었다. 그래서 낙타는 귀는 쥐를 닮고, 배는 소를 닮아 불룩하고, 발가락은 호랑이를 닮았고, 코는 토끼를, 몸통은 용을, 눈은 뱀처럼 축축하고, 갈기는 말을, 털은 양을 닮았으며, 등은 원숭이처럼 구부러지고, 넓적다리는 개를 닮고, 꼬리는 돼지를 닮게 되었다 한다. 낙타야말로 십이지 합체 로봇인 셈이다.


홍고린엘스의 사구에 가면 낙타를 탈 수 있다. 

낙타는 말보다 키가 크고, 타고내릴 때에 무릎을 꺾고 털썩 주저앉는 바람에 자칫 떨어질 염려가 있다. 코뚜레가 매어 있어 말을 잘 듣지만 때로는 낙타가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낙타를 타고 느릿느릿 대오를 지어 사막을 지나는 풍경도 아름답다. 낙타가 늘 느린 짐승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음만 먹고 달린다면 말만큼이나 빨리 달릴 수 있다. 행여라도 낙타를 달리게 하지 않기를... 이따금 낙타에서 떨어져 다치는 여행자들이 없지 않다. 낙타를 탈 때는 특히 옆의 낙타가 다가와 몸을 부비는 것을 주의해야한다. 자칫 다리가 눌리거나, 낙타 똥이 허벅지에 범벅이 되는 수가 있으니.


서두름이 없이, 그러나 게으름도 없이 터벅터벅 사막을 걷는 낙타를 보면 성지를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가 연상된다. 잃어버린 뿔을 기다리며, 눈에 바다를 담고 사는 낙타를 보면 비장하다. 타클라마칸을 횡단한 스벤 헤딘(Sven Hedin)의 ‘먼저 낙타가 죽고, 그 후에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해 저무는 사막에서 들려오는 낙타의 울음소리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올 마음이 없다면 귀에 솜을 틀어막고 그 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기- 금지된 삶의 계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