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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연정 Apr 07. 2017

나에게 던지는질문

 <물어본다>_노래 이승환 / 작사 이승환 / 작곡 정지찬

많이 닮아 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_ <물어본다>

노래 이승환 작사 이승환 작곡 정지찬



나와 마주친다.


생각 없이 오가는 욕실 거울 속에서,

텅 빈 머리를 안고 서 있는 지하철 안 유리창에서,

간간이 살피는 손거울 속에서, 나를 스쳐가는 타인의 표정 속에서,

내 앞에 앉은 너의 눈동자 속에서, 빈 공간에 적어본 내 이름 위에서.


그리고 묻는다.


나는 괜찮은 ‘사람’ 이 되어 가고 있느냐고.

어릴 적 그려왔던 ‘어른’의 모습에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한 채

덜 여문 열매처럼 햇볕을 기다리는 시간들.


나는 많이 자랐으나, 작고 의심과 상처가 많았던 소녀는 아직,

내 안에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용감하고 부조리에 대응하고,

늘 행동하고, 담대한 눈빛의 소녀가 함께 서 있다.


현실의 나와 내가 되고자 했던 나.


이쯤 되고 보니, 아무래도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가고자 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고개를 들고, 어떤 ‘치우침’에 저항하면서.


그리고 생각한다.

대답할 수 없어도 좋다고

다만,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물어본다는 것은 내 안에 느슨해진 호흡의 실을 튕기는 일.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거나,

세상이 정해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더 디디게 만드는 일.

문득 가슴에 송곳이 꽂히는 일.

그 날카로움에 절절히 눈물이 나는 일.

질문은, 달처럼 품어져 눈빛으로 맑게 뿜어져 나오는 것.

나이 듦을 지나, 현실 위에 안주함을 지나,

나는 오래도록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닳지 않고 늘 새롭게 솟아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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