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말은 아니다.
키가 크고 잘생긴 친구가 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유머 감각도 있어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부러웠다. 나중에는 신기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사람이 되나 궁금할 정도였다. 과연 저게 노력으로 되는 건가 싶었다. 결론 내렸다. ‘저건 그냥 재능이다.’ 마음 한구석 곧게 솟은 가시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재능이 있어서 잘하는 거라고 합리화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에는 핵이 있다. 이 핵에는 DNA가 있다. DNA 속에는 유전자가 있는데 사람들의 차이는 DNA 조합의 차이에서 생긴다. 외모와 성격, 재능은 여기서 비롯된다. 노력도 재능이다. 우리가 유전자의 벽을 뛰어넘을 길은 없어 보인다.
그럼 우리는 생겨먹은 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후성유전학을 다룬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자를 결정할 수 없지만, 다른 걸 바꿈으로써 그 유전자들의 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재능이 없어도 비슷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몸 전체에서 2%의 세포를 교체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주면 유전자 발현방식을 바꿀 수 있다. 그 변화는 대단하지 않다. 생각과 행동, 먹고 자는 것이다. 즉 나를 바꾸면 유전자가 바뀐다.
듀크대학교 생물학자 랜디 저틀은 연구를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걸 입증했다. DNA를 공동 발견한 사람 중 한 명인 프랜시스 크릭은 우리의 정체성과 자유의지는 신경세포와 관련 분자들의 거대한 조합이라 했다. 즉 우리가 먹고 놀고 자고 생각하는 습관과 패턴이, 내 몸 뿐만 아니라 정신과 신념까지 좌우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세균 숫자는 사람 세포 수보다 많다.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미생물 수 조 마리가 우리 몸에 살고 있다. 이런 미생물 거주자들은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조종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뇌, 즉 신념에 영향을 주고,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은 식습관에 영향을 준다. 미생물과 세포들의 조합이 지금도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허덕여 모든 걸 놔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뭐라도 찾아봤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명상이 나왔다. 그때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24시간 중 3분은 낼 수 있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꾸준히 하니 나중엔 깨달음을 주는 도구가 되었다. 삶에 유익하다고 하는 일 몇 개가 습관이 되니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긍정과 감사가 생겼다. 5년 전보다 삶이 훨씬 만족스럽다.
내가 사는 방식이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가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제는 허투루 살면 어떻게 될지 눈에 선하다. 불만투성이 비관론자가 되고 싶지 않고, 쾌락과 자극에 허덕이기 싫다. 그래서 명상과 독서, 글쓰기와 운동은 빼먹지 않는다. 노는 것도 적당히 하며 내 삶에 책임질 만큼 살고 있다.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방법은 널렸다. 작은 마음으로 조금씩 바꿔보자. 나를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