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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Jun 18. 2023

내 선택이 내가 내린 게 아니라면?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신 앞에 두 개의 버튼이 있다. 왼쪽은 빨간색, 오른쪽은 파란색이다. 이 중 아무 버튼이나 누를 수 있다. 당신이 어떤 버튼을 누를지 결정하고 누르기 직전 누군가가 당신의 선택을 예측할 수 있다면?     


2008년 독일의 신경과학자 존 딜런 헤인즈는 위와 같은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왼쪽 또는 오른쪽 버튼을 누르기 10초 전에 의사 결정에 관련된 전전두엽과 두정엽의 피질이 활성화되었다. 이런 뇌 활성화를 통해 피험자의 선택을 예측할 수 있었다.     


2011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버튼을 누르기 약 1초 전에 뇌가 활성화되었다. 이를 토대로 약 80% 확률로 어느 버튼을 누를지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을 내렸다’고 의식한 시점보다 더 빨리 뇌가 결정한 것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의식적 의지의 착각'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간의 의식과 의지는 마음과 뇌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이다."     


'자유의지'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된다. 분명한 건 우리는 생각보다 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당시에 다양한 요소를 합리적으로 고려해 지은 결론이라도 잘 들여다보면 환경이나 무의식 등 많은 부분이 우리의 선택에 관여한다.     


의식과 의지 기저에 어떤 두뇌의 메커니즘이 있다면, 삶의 질 향상에 있어서 두뇌의 발달은 필연적이다. 두뇌 발달은 양질의 선택을 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 시냅스(신경망)를 만든다.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는 '신경망'이라는 네트워크에 담겨있다. 신경망은 경험을 구체화해서 담고 있으며, 뇌는 인생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한 사람의 신경망은 이 사람의 습관, 개성, 기호의 물리적 표현이다. 한 사람의 신경망은 그 사람 자체다.” - 소셜 애니멀 중-    


결국 잘 사는 방법은 신경 가소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두뇌 성장의 방향이 바뀐다. 지금도 내가 보고 겪는 모든 것들이 두뇌 발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습관적으로 남 탓을 하고 미워하는 사람.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불만만 많은 사람. 반성도 없으며 온 신념을 합리화로 무장한 사람. 지금 자기 모습에 불만이 있지만 움직일 생각이 하나도 없는 사람. 보편적 관점에서 ‘부정적’이라 불리는 이런 성향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이는 부모를 잘못 만난 게 이유가 아니다. 매일매일 그렇게 되는 선택을 한 결과 두뇌 구조가 바뀐 것뿐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자책할 수 없다.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다. 즉각적인 반응과 처리 속도, 계산 능력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점차 떨어진다. 하지만 판단력, 요점 파악과 종합 능력, 통찰력, 어휘력 등은 20대 이후에도 꾸준히 발전하며 50대에 절정기에 이른다.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주변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지. 남는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지. 주로 누구와 어울리고 관계 속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정답은 없지만 나름 살아본 사람들이 전한 괜찮은 방법은 널렸다. 하나씩 해 보면서 나와 맞는 걸 찾아가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자유의지의 불확실성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필연성에 내 책임을 미루고 결정론이란 목줄에 매여 있긴 싫다. 내 삶을 경영하는 데 있어 결과는 오롯이 내 몫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니체의 이 말을 좋아한다. ‘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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