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과 사업의 차이
당신은 자영업자입니까? 사업가입니까?
2년 전, 나는 회사원과 자영업자, 두 가지 삶을 사는 혼종이었다. 당시에 나는 스스로를 퇴근 후에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조금 특이한 회사원쯤으로 여겼다.
두 가지 직업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월급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년 동안 충분히 저울질을 한 뒤, 사업을 하겠다는 결론을 내리자마자 신속히 퇴사를 했다. 사업을 하겠다며 퇴사를 했어도 크게 힘을 주어 기존 가게를 더 확장하거나 새로운 곳에 재창업을 한 것은 아니다. 상호도, 장소도, 업태도 모두 그대로였다. 다만 테이블 구조 등 약간만 변화를 주어 새로이 시작한다는 느낌 정도였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변화보다 스스로를 사업가라 여기는 정신적 차이가 가장 큰 변화였다.
하지만 내 와이프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내가 사업을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적은 없었다. 지인이 근황을 물으면, 회사를 관두고 조그마한 술집을 차렸다고 했다. 그러면 다들 나에게 '자영업의 길로 들어섰구나~' 했다. 나는 그런 말에 언제나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 나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그들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적당히 답변을 했을 뿐이었다. 아마 당시에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9평짜리 요식 사업을 시작했다고 떠들어 댔다면, 아마 모두 나를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을 걸 뻔히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여기는 마인드를 제외하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꼴랑 9평짜리 작은 공간의 술집이었다.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서비스하고 또 마감 청소를 하고 다음 날 문을 열고... 무한 반복.. 스스로를 자영업자라 여기든 사업가라 여기든 내가 하는 일은 기존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 작은 마인드 차이가 전부다.
당시에도 나는 그 단순한 생각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늘과 땅 이상의 격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회사원과 자영업의 혼종을 멈추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뒤로, 나는 모든 일을 사업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빗자루 질을 할 때도, 메뉴 레시피를 상의할 때도, 술을 들일 때도, 장부를 정리할 때도 사업적인 마인드를 갖고 일을 했다.
그렇다면 자영업과 사업의 마인드 차이가 무엇이길래 꼴랑 9평짜리 술집을 운영하면서도 나는 그리도 유난을 떨었던 것일까?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나는 자영업자나 자영업의 수준을 낮다고 보는 것이 결단코 아님을 밝힌다. 다만 자영업과 사업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믿기에 스스로를 자영업자가 아닌 사업가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 차이는 단순하다. 자영업자는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사장이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사장이 없으면 영업장의 문을 닫아야 하거나 온전히 운영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것은 자영업이다. 반면에 사업가는 시스템을 소유한 사람이다. 술집을 차리고 운영을 하는 노하우를 만들고 직원을 고용해서 내가 만든 술집이라는 시스템이 스스로 돈을 벌게 만드는 것, 간단히 말해서 내가 직접 노동을 하지 않고 시스템 밖에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소유한 사람이 사업가이다. 그렇기에 규모의 크기는 상관이 없다. 연매출 10억짜리 음식점에서 반드시 사장님이 있어야 그 매출이 가능하다면 그 사장님은 자영업자이다. 반면에 한 달에 100만 원의 수익을 보더라도 사장 없이 꾸준히 나에게 100만 원을 주는 구조를 소유했다면 그 사람은 사업가이다.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큰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구조를 갖고 싶었고 그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노하우가 필요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 안에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내게는 비록 작지만 사업체가 있었고 필요한 것은 마인드의 변화였다.
나는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훗날을 도모하며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거의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가게를 운영하는데 할애했고 쉬는 날에도 반나절은 보통 가게 업무를 보곤 했다. 우리 부부는 하루를 쉬면 하루치 매출이 빠져야 하는 철저한 자영업자였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큰 자영업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작지만 시스템을 소유한 사업가가 되기 위한 길임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자영업자로서 가게를 운영하며 매일 같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없어도 이곳이 잘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