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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Aug 21. 2021

또다시 영업제한, 쓰레기통을 닦자

쓰레기통을 닦는다는 것의 의미

2021년 8월 21일 금요일

언제 시작했는지 모를 정도로 거리두기 4단계에 적응해서 어찌어찌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눈을 떠 기사를 본 순간, 작년 11월부터 1월까지의 악몽이 떠 올라 소름이 돋았다.

연말 확산을 제한해야 한다며 식당 이용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했었다. 당시 백신 접종 시작 전이었기 때문에 코로나에 경계심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래서 나와 아내도 코로나 증가세를 억제시키려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동의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들도 힘든 것을 알기에, 무던한 마음으로 그 힘든 시간을 견뎠다. 어차피 오픈 초기였고 직원이 없었기 때문에 적자를 안 보는 것에 감사(?) 혹은 안도했다. 그럼에도 손님 없이 적막이 흐르던 그 상황 자체는 너무 싫었다. 자영업자 모두 한 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목 빠지게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그 마음을... 소름 끼치게 싫은 그 기억이 오늘 아침 본 기사와 함께 또렷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레 당시에 나와 아내는 무엇을 하며 그 여유(?) 로운 시간을 보냈는지 되짚어 보았다.


남아도는 시간에 가장 많이 한 일은 단연코 음주를 곁들인 친목도모였다. 동네 상인 동료들과 술을 자주 마셨다.

9시에 끝나고 두 눈은 말똥 말똥 하지, 갈 곳은 없지. 무얼 하겠는가. 각자의 집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일이 낙이었던 시기다. 금방 지나갈 것이라 서로 위로하며 막연한 희망을 품었던 순수했던 시간이었다. 그 당시엔 이렇게까지 길고 강렬하게 거리두기가 지속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다음 많이 한 일은 우리 가게 이곳저곳을 뜯어봤던 것이었다.  일하면서 불편했던 주방의 동선도 바꿔보고 테이블 배치도 여기저기 바꿔가며 놓아보기도 했고, 소품이나 조명 위치도 이리저리 움직였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저분한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잘 안보이던 곳이나 솔직히 종종 봤지만 나중에 치워야지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뤘던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중에 가장 기억나는 지저분한 곳은 쓰레기통이었다.


 나만 그랬을까? 전에는 쓰레기통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며 살았다. 어차피 지저분한 것을 모으는 통에 뭔 과분한 청소란 말인가. 그런데 지독히도 한가한 그 시기에 나는 뚜껑이 지저분한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발견이란 표현이 좀 아이러니한 것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쓰레기통을 봤었다. 왜냐하면 하루에도 수 없이 그 통에 쓰레기를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지저분함을 당연히 여겼는지 전에는 더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지저분한 쓰레기통을 깨끗하게 닦고 싶어졌다. 손님에게도 당연히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악취가 나는 것도 아니고 찌든 때도 아니라 물걸레로 몇 번 쓱쓱 닦으면 쉽게 닦일 정도의 지저분함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모른 채 지나쳤을 정도의 지저분한 쓰레기통을 나는 그날 락스를 뿌려가며 내부까지 깨끗하게 청소했다. 청소를 마치고 왠지 모르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꼈다.

'엥? 자신감? 자신감이 들었다고?'

청소를 했는데 왜 당당해지고 장사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 자신감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당시에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가 왜 그때 뿌듯함 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느껴졌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는 그날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손님은 결코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어떻게 보면 더러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을 깨끗이 닦는 일을 했다. 바로 이 두 가지이기 때문에 '자신감' 그리고 '당당함'이란 감정을 느낀 것 같다.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손님은 결코 알 수 없는 것.

손님은 몰라도 나는 안다. 아니 사실 부끄럽게도 잘 몰랐다. 구석구석 그렇게 지저분한 곳이 많은지 몰랐다. 보이는 곳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오픈 전에 청소를 하고 마감을 하며 다시 청소를 했기에 나는 내 가게가 깨긋하다고 생각했다. 눈을 돌려 다시 보니 구석구석에 지저분한 곳이 많았다. 나는 편협한 시각으로 내가 청소한 곳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나는 손님에게 들키지 않는 곳임을 알기에 조금은 지저분해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무의식적인 생각이 고착되어 내 시야 일부분을 가려 버렸던 것 같다.

다시 눈을 떠 깨끗해진 쓰레기통을 바라봤을 때, 손님은 몰라도 이제는 내가 안다. 내 쓰레기통은 깨끗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더러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을 깨끗이 닦는 일을 했다.

사실 어느 가게 또는 어느 집을 가도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은 먼지로 지저분하기 마련이다. 쓰레기통도 마찬가지다. 쓰레기를 넣는 통이 어떻게  순간 청결할  있겠는가. 그럼에도 지저분한  자연스러운 쓰레기통일지라도 주기적으로 '노력'해서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쓰레기통이나 냉장고  구석처럼, 조금은 지저분한  당연한 물건이나 공간을 노력해서 깨끗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가지를 의미한다.  번째는 나의 가게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번째는 우리 손님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최고의 위생과 청결은 아닐  있어도 최선의 노력으로 만든 환경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기에 쓰레기통 청소를 한 뒤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님에게까지 자신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손님이 없지만 언젠가 온다면 내가 노력한  공간에 만족할 것이란 자신감이었다. 그러니 많은 손님이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손님    분에게 집중했고 그들이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우린 당신이 오지 않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당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 맞을 준비'인 것이다. 쓰레기통을 닦는다는 것은 나에게 이런 의미가 되었다.


앞으로 언제까지 21시로 제한된 영업을 이어나갈지 알 수 없다. 빨리 그 시기가 풀리길 바라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솔직히 조금 짜증은 난다.) 손님이 없다면 나는 다시 한번 쓰레기통을 닦을 것이다. 그리고 냉장고 밑, 찬장 구석구석을 닦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인력자원이 풍부해서 더욱 수시로 닦고 있다.) 그러면 나와 직원들은 뿌듯함을 넘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어떤 제약이 와도 두렵거나 초조할 이유가 없다. 당신이 우리 가게에 와준다면 우리는 더욱 평화롭고 안정적일 것이다. 당신을 맞을 준비를 최선을 다해서 끝마쳐 놓았기 때문이다.


22일 일요일 영업을 마치면 우리 요식 자영업자들! 쓰레기통부터 깨끗이 닦고 퇴근합시다. 다들 조금만 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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