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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Jul 26. 2021

깜짝 하루 휴가에 사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2주 전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지 3주 차, 금일 2021년 7월 26일 월요일. 18시 29분


최근 3주 동안, 직원을 2명 더 채용했다. 두 번째 브랜드(나는 내 가게를 브랜드라고 여긴다.)를 준비하는 동안에 사장인 내가 없이도 첫 번째 브랜드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한 결정이었다. 두 번째 가게를 서두른 것도 예상에 없었던 3번째 직원을 고용한 것도 결국은 좋은 친구들이 나타나 타이밍과 톱니가 잘 맞아떨어진 탓이 크다. 요즈음 같은 위기 상황에서 조금 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제 내가 없어도 첫 번째 브랜드는 잘 굴러가게 되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장인 내가 운영시간 내내 상주하여 필드를 누비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오늘은  첫날이다.  다른 대표님이자 아내가  빈자리를 채워주기로 하고 오늘 하루 특별 휴가를 받았다.  

거의 10개월 동안을 마음 편하게 쉬어  날이 없었던  같다. 어쩌다 있는 휴일에도 온전한  시간은 며칠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시기라서 알게 모르게 쌓인 심적인 부담과 떨어진 체력에 조용한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휴가를 받기로 결정한 어제부터 기대가 컸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휴일에 무엇을 할지 당일 오후까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  명이 떠올랐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머릿속을 정리하고 비우는 시간이야 말로 

오늘 하루를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몇 주 전부터 브런치를 재개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을 비우는 데는 브런치에 글을 쓰며 생각을 배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받은 하루의 휴가 동안에 과연 나(사장)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부터 잘 못 된 것임을 깨달았다. 쉬기로 했으면 모든 신경을 끄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온전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를 비워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질 못한다. 그래서 오늘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다음에 맞이 할 휴식시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1. 브랜드 공간(가게)에 전용 전화기를 설치하기.

쉬기로 마음먹은 이 순간에도 내 핸드폰은 문의전화로 지속적으로 울어 댄다. 자리가 있는지, 예약이 되는지 등등... 문의 전화는 꾸준히 온다. 나는 현재 내부 상황을 모르니 어쩔 수 없이 CCTV로 홀 상황을 체크할 수밖에 없다.. 분명 몸은 밖에 있는데 어쩔 수 없이 가게 운영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내일 당장 가게 전화기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2. 브랜드 매뉴얼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기-> 직원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현명한 방법

내가 없이도 공간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강하게 신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성원 각자가 해야 할 일들과 브랜드 통일성이 그들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색깔과 내가 만든 브랜드에서 이질감이 줄어든다. 구성원 개개인의 색깔은 살리면서도 구각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을 더욱 믿고 맡길 수 있다.


3. 휴식시간에는 핸드폰을 최대한 멀리하는 방법을 찾자.

핸드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POS 앱도 있고 CCTV도 있다. 현재 가게의 상황과 매출이 궁금해진다. 확인할 수 있는 조금의 실마리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 제일 좋겠다. 등산을 가거나 한강을 따라 걷거나 하는 방법을 통해서 최대한 내 일자리와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4. 그래서 반드시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결론지었다.

휴일에 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물론 시간이 날 때,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의 취미이긴 하다. 그럼에도 머리를 더욱 비울 수 있는 건강한 취미를 하나 가져야 할 것 같다. 드라이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직원을 채용한 지 이제 4개월 차, 어느덧 직원이 3명이 되었다. 9월이면 5명이 된다. 올해 안에 6명까지 채용을 할 생각이다. 직원이 많아지면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시간이 나면 무언가를 머리에 채우려고 한다. 내가 부족해서 직원을 해고하는 무능한 리더는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사업을 한다고 까불지는 않았지 싶다. 사업이란 긴 호흡으로 하는 것이라고 믿기에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머리를 비워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메타인지, 즉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비워내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좋은 시간이었다고 느낀다. 앞으로 휴식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철저하게 업무와 단절된 시간을 보내겠다.


이렇게 다짐한 순간에도 아내는 칵테일을 어떻게 타냐고 연락이 계속 온다... 내 잘 못이다. 이런 상황에서 쉬긴 뭘 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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