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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북스 Oct 08. 2019

03. 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下

손성곤 <나 회사 너무 오래 다닌 것 같아> 중

알바리즘의 위험성


이처럼 회사에서는 주인의식이 아니라 직원의식을 가지고 일하면 된다. 하지만 직원의식을 왜곡된 잣대로 잘못 이해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일을 아르바이트와 같은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사람들이다. 업무 결과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만큼만, 받은 월급만큼만, 정해진 업무까지만 일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직장인의 이런 생각을 ‘알바리즘Albarism’이라고 부른다. 업무 시간과 시간당 페이를 정해 놓고 정해진 범위까지만 일하려는 것. 때로는 회사와 상사가 너무 싫어서 주어진 일 이상으로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성장하고 싶다면 경계해야 할 태도이다. 당신은 혹시 알바리즘에 빠져 있지 않은지 아래 세 가지 경우를 확인해 보자.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한다는 것은 ‘밀도’의 문제다


밀도 있게 일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회사가 정시퇴근을 종용하는 것은 슬렁슬렁 일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일이 다 끝나지 않은 채로 그냥 집에 가라는 말이 아니다. 우선 회사는 업무량과 소요 시간을 파악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은 최대한 밀도를 높여서 그 시간 안에 자신이 맡은 업무를 끝내야한다. 화장실도 가지 말고 일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모아 보면 하루 두 시간이 넘도록 잡담을 하거나 자리에 앉아서는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죽이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한 영국인은 점심시간에 책상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하게 때우고 계속 일하는 날이 많았다. 왜 그렇게 하냐는 물음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기는 5시에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고, 또 목요일까지 이 업무를 마무리해서 보스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대답의 핵심은 정시퇴근과 책임완수를 위해 밀도 있게 일한다는 것이었다.


받은 만큼만 일하는 것은 ‘가치’의 문제다


누구나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고 싶다. 하지만 회사와 당신이 생각하는 ‘월급의 가치’에는 각각 차이가 있다. 만약 당신의 월급이 30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300만 원의 월급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회사가 생각하는 가치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아니 절대로 같은 수준이 될 수 없다. 사장은 직원 월급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 직원은 늘 월급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사장은 월급날을 두려워하고, 직원들은 오매불망 월급날만 기다린다.


두 가지 경우를 함께 생각해 보자. 이번 달에 신상품 출시가 있어서 당신은 일을 밀도 높여 많이, 또 열심히 했다. 그렇다고 회사는 이번 달 월급으로 350만 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 달은 솔직히 업무량이 좀 적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 느슨하게 일을 했다. 이 상황에서 “이번 달은 일을 좀 설렁설렁했으니 250만 원만 받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나는 내 월급 값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료들이 보기에는 ‘월급 루팡’일 수도 있다. 이렇듯 월급의 가치는 절대로 타인의 기준과 같을 수 없다.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은 ‘성장 가능성’의 문제다


주어진 만큼만 일하면 그 안에서 깊이가 생길 수는 있다. 처리하는 시간도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일이 ‘생활의 달인’처럼 유사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회사는 과장까지의 일만 하고 나머지는 내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팀장으로 승진시키지 않는다. 업무의 범위를 넓히려고 노력하며 조금씩 훈련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어차피 정해진 시간을 회사에 내어주고 돈을 받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이라면, 일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 회사 이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도 개인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일하며 알게 되고 배우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당신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순간에도 당신 인생의 주인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내가 회사의 주인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의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나의 주인 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건 누군지도 모르는 남에게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돈을 받고 넘겨주는 것과 같다.


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삼십 대 중반을, 직장인 10년 차로서 보내는 당신의 시간들. 회사가 월급을 준다고 해서 그 시간과 노력의 주인이 회사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의 주인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 나를 잃지 않고 올바른 직원의식을 갖는 것. 이것이 알바리즘을 경계하고 스스로 성장하며 일하는 길이다.




내일은 '업무분석툴로 나 객관화하는 법'이 이어집니다.



"아, 회사 가기 싫어!"


가기 싫지만 가야 하는 회사.

어떻게 '나답게' 일할 수 있을까?



국내 1호 퇴사 컨설턴트,

그리고 직장생활연구소를 운영 중인

손성곤 저자가 전하는



'꼰대와 선배 사이'

'퇴직과 이직 사이'

월급쟁이들이

직장에서 진화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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