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ove Journa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 Mar 03. 2022

첫 마음

좋아하는 것들을 유지하는 법



좋아하는 것만 남기는 일.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을 비워낸 다음 후련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들이며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내게 꼭 맞는다고 생각한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마음으로 끌리게 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날 때면, 그에 대한 좋은 감정들, 감사함이 마음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그러나 하루, 이틀 무엇이든 조금씩 익숙해져 가면, 장점이나 신선함 등이 줄어들고 이상적인 모습 외의 결점을 찾아내기 바빠질 수 있다. 새로운 물건은 아끼며 대하지만 점점 익숙해질수록 조금은 험하게 대하게 되는 것처럼. 새롭게 이사한 집은 처음에는 너무나 좋다가도, 잘 돌봐주지 않고 방치하면 왠지 별로인 것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무엇이든 잘 돌봐주지 않으면 금세 낡고 흥미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일은 어떠한가. 무언가 달성하거나 이루게 되었을 때, 그 성취감이 온몸을 감싸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갖게 된 천직과 같았던 무언가가 진부하게 느껴질 때, 그저 책임과 의무만 남은 것 같을 때. 영혼 없는 마음으로 하는 일들은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도 감동시킬 수도 없다. 가장 슬픈 것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이미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희미해져 가면, 미니멀 라이프는 그저 버리고 들이는 것을 반복하는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첫 마음이 희미해지면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그 가치와 색을 잃어가게 된다.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품었던 '첫 마음'이 있었다. 어떤 물건을 처음 가졌을 때의 그 새로움, 어떤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설렘,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의 그 벅참. 작은 친절에 대한 감사함의 미세한 감각. 새로운 존재를 발견한 것에 대한 호기심.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 나에게 들여올 때의  마음들. 우연처럼 내게 다가와 지금까지 소중하게 이어지게 한 무언가를 기억해낼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삶에 들일 때 신중하게 고민하게 된 만큼, 이미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는 늘 첫 마음을 먼저 생각하기로 한다. 처음 찾았던 그 반짝임을 잊지 않고 기억해보기로. 매일 나를 재워주는 집, 내가 고른 옷, 물건들부터 시작해, 내가 하는 일들, 맺어진 사람들. 나의 목표들, 설레는 꿈들까지도.

그렇게 기억한 첫 마음은 분명 지니게 된 것들을 낡게 하기보다는, 더욱 가치 있게 오래도록 빛나게 할 것이라 믿는다.


+ 방법론적 접근은, 쓰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 이슬아가, 쓰는 일을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했던가. 계속해서 사랑을 떠올리는 일. 이미 있는 것에 대한 반짝임을 찾아내는 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정의에 대한 토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