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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Mar 03. 2022

적당히 미니멀라이프, 첫 마음

좋아하는 것들을 유지하는 법



좋아하는 것만 남기는 일.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을 비워낸 다음 후련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들이며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내게 꼭 맞는다고 생각한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마음으로 끌리게 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날 때면, 그에 대한 좋은 감정들, 감사함이 마음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그러나 하루, 이틀 무엇이든 조금씩 익숙해져 가면, 장점이나 신선함 등이 줄어들고 이상적인 모습 외의 결점을 찾아내기 바빠질 수 있다. 새로운 물건은 아끼며 대하지만 점점 익숙해질수록 조금은 험하게 대하게 되는 것처럼. 새롭게 이사한 집은 처음에는 너무나 좋다가도, 잘 돌봐주지 않고 방치하면 왠지 별로인 것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무엇이든 잘 돌봐주지 않으면 금세 낡고 흥미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일은 어떠한가. 무언가 달성하거나 이루게 되었을 때, 그 성취감이 온몸을 감싸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갖게 된 천직과 같았던 무언가가 진부하게 느껴질 때, 그저 책임과 의무만 남은 것 같을 때. 영혼 없는 마음으로 하는 일들은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도 감동시킬 수도 없다. 가장 슬픈 것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이미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희미해져 가면, 미니멀 라이프는 그저 버리고 들이는 것을 반복하는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첫 마음이 희미해지면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그 가치와 색을 잃어가게 된다.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품었던 '첫 마음'이 있었다. 어떤 물건을 처음 가졌을 때의 그 새로움, 어떤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설렘,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의 그 벅참. 작은 친절에 대한 감사함의 미세한 감각. 새로운 존재를 발견한 것에 대한 호기심.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 나에게 들여올 때의  마음들. 처음 무언가를 만났을 때의 그 벅참과 설렘. 우연처럼 내게 다가와 지금까지 소중하게 이어지게 한 무언가를 기억해낼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삶에 들일 때 신중하게 고민하게 된 만큼, 이미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는 늘 첫 마음을 먼저 생각하기로 한다. 처음 찾았던 그 반짝임을 잊지 않고 기억해보기로. 매일 나를 재워주는 집, 내가 고른 옷, 물건들부터 시작해, 내가 하는 일들, 맺어진 사람들. 나의 목표들, 설레는 꿈들까지도.

그렇게 기억한 첫 마음은 분명 지니게 된 것들을 낡게 하기보다는, 더욱 가치 있게 오래도록 빛나게 할 것이라 믿는다.


+ 방법론적 접근은, 쓰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 이슬아가, 쓰는 일을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했던가. 계속해서 사랑을 떠올리는 일. 이미 있는 것에 대한 반짝임을 찾아내는 일. 아침과 저녁마다 이를 떠올리는 일은 그래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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