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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 노원 Jan 13. 2019

초겨울에

단풍잎이 죽었네

추위와 영양 부족으로 쩍쩍 갈라진 맨살을 드러냈구나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수 떨어지는 잎사귀에

너는 오늘 좀 더 야위었네


빨간 잎사귀가 바닥 천지사방에 핏물처럼 고여 있는데

고철 덩어리들은 무심하게도 갈 길을 재촉할 뿐이지

애도하는 마음 따위 전혀 없이


아이가 물었어

단풍잎이 차에 치었어 죽었으면 어떻게 해?

내가 대답했지

단풍은 이미 죽은 거야 저 잎이 떨어져야 내년 봄에 새 잎이 돋아난단다


말을 마치자 갑자기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어


실언을 한 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인 거지

나란 왜 이 모양일까


너는 죽은 것이 아닌데

왜 죽었다고 말해버렸을까

그래서 너는 오늘 죽어버렸잖아


겨울이 오고

나는 시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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