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강사의 속을 달래주는 그 음식
소시지와 햄을 푸짐히 넣고 끓인 얼큰한 부대찌개를 좋아하는가?
우리 부부에게는 부대찌개가 소울푸드다.
가난한 유학생 부부로 미국에서 10년을 사는 동안,
햄버거와 피자에 질리는 날이나,
한국 음식이 거나하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우리는 부대찌개를 해 먹었다.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알아내서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
그 음식을 먹을 때면 한국에 대한 맛의 향수를 어느 정도 보상받는 듯했다.
그렇게 미국 생활이 힘들 때마다 우리 부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부대찌개의 얼큰함에 취하며,
한국에 대한 마음을 누릴 수 있었다.
몇 달 전 나의 첫 책이 나왔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마트 문화센터에서 그 책으로 강의를 했다.
사실 출간 후 온라인 상에서 강의는 많이 했다.
코로나 시대에 나온 책이라 자연스럽게 강의를 온라인에서 시작한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시작했던 강사님들은 온라인 강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강의를 처음부터 온라인에서 시작해서 일까?
온라인에서 하는 강의가 편했다.
강의 장소로 이동할 필요 없이 집에서 나의 디바이스로 하니 의외로 깔끔하고 좋았다.
집에 있는 PC로 마이크를 연결해서 하니 익숙했다.
물론 대면 강의로 할 때 참여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노련한 강사들이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같이 신입 강사에게는 참여자분들과의 소통 역시 쉽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온라인으로 30여 회 강의를 했는데,
얼마 전 처음으로 오프라인 강의가 잡힌 것이었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은평구 '롯데마트 문화센터'.
친정이 일산이라 3호선 지하철을 타며 구파발 역은 수차례 지났었다.
구파발행을 잘 못 타서 환승하며 대화행 기차를 숱하게 기다렸었다.
그런 장소 근처에 있는 마트까지 강의를 하러 갔다.
처음 오프라인 강의라 마침 휴일이었던 남편이 지원군으로 함께 나섰다.
강의 시작 1시간 전부터 PPT 세팅하고 리모컨 작동법에 카메라 세팅까지 도와준다.
그리고 11시부터 강의가 시작되었다.
온라인에서 신나게 떠들던 나는 오프라인에서 참여자분들이 눈을 맞춰가면서 내 강의를 시작했다.
마스크를 넘어서 눈만 보고 강의를 하니 은근히 긴장된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강의를 하고 참여자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2살이 되었다는 한 참여자분은 내 강의를 듣고 거의 우셨다고 하셨다.
2살인 아이와 홈스쿨링에 대해 미래를 그려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하시며 강의가 좋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가 6살이라고 하신 다른 분은 나처럼 미국에서 10년 살 다오신 분이시다.
그 분과 미국과 한국의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따뜻한 교류가 생겼다.
‘아 이런 맛에 오프라인 강의를 하는구나!’
강의가 끝난 후 참여자 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강사에게 큰 축복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강의와 대화를 마무리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말했다.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우리는 제법 큰 롯데 몰에서 다양한 식당이 있음을 알아내고 설레었다.
어떤 맛있는 메뉴로 허기진 배를 채울까?
그렇게 한참을 해복한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한 부대찌개 식당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평범한 메뉴지만 지금 우리 부부에게 딱 필요한 메뉴였다.
얼큰하고 매콤한, 속을 달래줄 음식이었다.
그렇게 부대찌개 2인분을 시켰다.
의정부 원조집이라고 광고하던 그 식당의 부대찌개는,
첫 오프라인 강의를 잘 마무리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얼큰한 국물과 햄과 소시지가 가득한 부대찌개를 먹으니 정말 잘 마무리가 된 느낌이었다.
오전부터 남편이 강의장까지 차 태워주고,
함께 세팅해주며,
강의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려준 남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직접 만들어주는 부대찌개는 아니지만. 한국이라 간편히 사 먹는 부대찌개.
우리 부부의 영혼을 채워주는 부대찌개는 틀림없이 소울푸드다.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