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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an 09. 2024

진정한 게임 경험

확률형 아이템 제재에 부쳐

확률형 아이템 제재가 시작되었다. 100억이 넘는 과징금으로 상징된다. 물론 넥슨이 이것으로 얻은 매출은 그것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확률 고시를 통하여 도박적인 뽑기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럼 그건 바람직한 것일까? 몇 가지 지점들을 보자. 


한국은 도박을 합법의 영역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복권 사업도 그렇고, 카지노도 그렇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법 도박을 하고, 홀덤펍의 인기는 최근 수년사이 크게 늘어서 서울 번화가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확률적으로는 이득일 수가 없지만, 스킨 인 더 게임, 무언갈 걷고 얻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너무 큰 게 아닐까. 소셜 미디어도 슬롯머신과 같이 다양한 도파민, 블랙 패턴을 심어 두었지만 진정 나의 무언가를 걸고 하는 행위의 매력은 너무 큰 것 같다.


게임으로 넘어가도 뭐 그렇다. 그럼에도 여전히 디지털 재화만으로 이게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결국 가상의 무언가를 실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겠지. 블록체인도 그렇고. 아이템 거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 계정 거래를 포함하여 - 따라서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는 특정 덕분에 더더욱이나 거래와 별개로도 나의 소유물로 디지털 재화가 인식되는 영역이지 않을까. 


모바일 게임에서, 플레이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한 경우를 딱히 보진 못한 것 같다. 적어도 확률형 뽑기가 대세인 곳. Pay2 Win 이 성립하는 곳에서는. PvP 건 PvE 건 이기는 경험을 사야만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생각해 보면 오락실에서도 Pay2 Win의 일부 공식 - 부분유료화는 볼 수 있긴 했다. (refer to 그것은 알기 싫다 & 이경혁 문학인) 물론 그때에는 나 자신의 실력 상승을 위한 투자의 개념이긴 했으니, 지금의 Pay2 Win과 꼭 같진 않을 수 있지만. 던전앤드래곤 같이 서사가 있는 장르에서는 코인을 많이 쌓아둘수록 엔딩을 볼 확률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반대로 1 coin play 도 성행하고. 


반대편에서 - 그러니까 모바일의 대척점으로는 거실의 엔터테인먼트, 콘솔이 있고. 여기에 지배적인 장르는 아무래도 '소울' 류였다. 다크소울에서 이름 붙여진 이 장르는, RPG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사실은 오락실 게임에 가까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대전격투게임에 더 가까운. 나의 조작 실력으로 뚫고 가야 하는. 내가 레벨업을 해야만 하는 장르. 마찬가지로 인디 게임에서는 개발의 편의성 등등의 영향은 있지만, 어찌 되었건 많은 사랑을 받은 장르는 로그라이크. 결국 모두 Pay2 Win을 제한한 상태에서 나의 레벨업을 통해서 도파민을 자극하는 형태의 메커니즘이다. 


물론, 다크소울의 개발사는 최근작 중 하나인 <엘든링>에서는 RPG 적으로 다르게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기도 했는데. '오픈월드'라는 개념이 확장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 본다. 나는 이 오픈월드의 '뭐든지 할 수 있는' 속성을 더욱 강화한 것이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라고 보는데, 단순히 퀘스트 깨는 순서를 넘어서서 개인의 레벨과 장비의 수준을 넘어서서 어떻게든 주어진 규칙 안에서 플레이하면 된다는 정도의. 디렉터의 예전 마을 외곽 탐험 경험을, 규칙을 스스로 만들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경험을 보다 본격적으로 만들어낸 경험이 <엘든링>의 콘셉트, 철학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어쨌든 업계 각 1등들은 서로를 참조하기 마련이니까. 


각설, <P의 거짓>이나 다른 한국의 콘솔 게임 진출 사례를 보면서 꼭 확률형 아이템 제재가 게임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모바일 게임의 속성이 플레이 경험보다는 디지털 재화의 획득과 만족에 초점이 있다고 한다면 생성형 AI 가 더 위험하지 않을까 한다. 기본적으로 일러스트, 성우 보이스 그리고 그 기능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LoL의 게임 매출의 상당수가 스킨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 (배틀그라운드도 그렇고) 때문에 그 디지털 재화가 전시될 수 있는 공간 - 플랫폼을 가지는 게 중요할 텐데. 예전의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로 각광을 받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그런데 지금은 뭐, 로블록스나 이런 것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게임 자체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많이 나아갈 것 같긴 하다. 로블록스만 놓고 봐도 그랬지만, 생성형 AI의 시대에선. 예술의 영역을 순서대로 잡아먹을 것으로 보이는데, 텍스트, 이미지나 음악, 만화와 같은 연속적인 서사의 이미지, 애니메이션, 영상(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게임까지. 생성형 AI는 진격을 하고 있고. 특히 텍스트 영역의 경우에는 빠르게 잡아먹힐 것 같다. TRPG의 마스터 역할을 GPT에게 부여한 형태의 게임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반대로는 오픈소스 LLM 모델과 학습 프레임워크의 단순화 그리고 GPU의 많은 보급은 이것을 민주화, 분산화할 것으로 보인다.


창작자의 권한이 축소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보는 입장인 것인데. 내가 원하는 일러스트를 생성형 AI를 통해서 만들 수 있는 시점이 되고 있으니, 가격의 문제가 해소된다면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더 허물어질 것이라고 본다. 넷플릭스의 실험적인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 - 그 문제는 제작 난이도와 비용이었을 터인데, 텍스트 영역에서는 이게 상당 부분 해소될 것 같다. 특히, 웹소설 영역에서 리뷰와 반응을 기반으로 다음 화를 수정하던 패턴 자체가 학습된다면, 그다음으로는 아예 실시간으로 내용이 나의 바람대로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 방식이 꼭 소비자들이 만족할 것 같진 않다. 다시 - 소울류가 가져오던 성취감과 매일 이기기만 하는 게임 플레이와는 다르니까.  웹소설로 따지만 계속된 카타르시스만 주입하는 방식으로만 흥행하는 건 아니니까. 때문에 생성형 AI를 통해 반응형 콘텐츠를 생성해 낼 때도 그러한 프롬프트, 규칙, 사전 인스트럭션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 역시도 패턴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한다. 예전에 페이스북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감정 실험, 부정적인 피드를 노출하거나 하는 식의 패턴이 게임이나 다른 콘텐츠가 반응형으로 동작할 때는 가능할 테니까. 수학적으로 어떤 패턴으로 소설을 읽고 있는 사람은 어떤 감정적인 상태일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을 테니까. 


2023년의 단어로 Authentic, 진실된!  을 선정했다는 어떤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진정한이란 무엇일까. 어려운 개념이긴 한데, 게임으로 돌이켜보면 흠. 다양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른 예술 보다도 더 본격적으로 종합 예술인 게임은. 영화처럼 게임 시상식에는 음악상, 시각효과상, 스토리상 등등 모두 나눠져 있다. GOTY 가 주로 서사성이 뛰어난 작품에 주어지는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이게 복합적인 경험이라는 인식은 모두에게 있다. 꼭, 최신의 현실을 묘사한 그래픽만 뛰어난 게 아니고 (누군가는 도트, 픽셀 그래픽을 선호하니까) 작품적으로 훌륭한 서사를 사람들이 꼭 선호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평단 반응은 좋았다, 물론 무엇이 사람들을 화나게 했는지 아직 안 찾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게임, 놀이의 본질에 대해서 로제 카이와를 다시 빌어 와야 할지, 뇌과학적으로 전두엽 등등 뇌의 자극과 도파민 같은 호르몬을 빌려 와야 할지 참 어렵다. 그냥 그 자극 자체를 놓고 보면 - 도박과 같은 Skin in the game, 나의 리스크 테이킹 그 자체 - 그러니까 뽑기가 다시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것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까. Pay2 Win에 가까운 장치 중에 하나인 디지털 재화를 닌텐도는 '아미보'라는 브랜드로 묶어 물질적인 재화와 함께 판매한 케이스가 생각난다. 흠, 여러 가지 시도가 앞으로 일어나게 되겠지. 게임도 즐겁지만, 이러한 도전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최근에 가장 즐겁게, 많이 플레이한 게임은 <발더스 게이트 3>이다. 이 게임을 중점적으로 보면, 그래픽이 동시대 최고인가? 그렇지도 않고. 자유도가 동시대 최고인가?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턴제라는 고전적인 방식을 취한 것 역시 기존 팬들의 비판도 받았는데. 그럼에도 여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자유도 높은 선택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에서도 나의 대화 - 이야기에 참여하는 경험 자체만은 그다지 자유도가 높지 않았는데, 발더스게이트는 텍스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스카이림> 때도 비슷했지만, 여기서는 보다 더. 턴제라는 제한을 두면서 게임 플레이 자체도 그 경험에 계속 맞춰서, 여기서 이것을, 저기서 이것을 하는 판단을 하게 되고. 캐릭터에 몰입을 하게 되면서 딱히 내 돈을 걸지 않아도 - 내 시간을 걸어서 선택을 하기 때문에 Skin in the game 이 자연스럽게 구현되었다고 본다. 


이게 꼭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드래곤 퀘스트 11>의 무의미해 보이는 노가다를 반복하던 경험도, <용과 같이 7>에서 스토리에 몰입하던 경험도 (라스트오브어스 파트 1 도 마찬가지) 모두. 진정에 가깝고, 진정한 경험이 곧 명작, GOTY 가 되겠지. 그런 경험을 만들어내는 게임이 앞으로 한국 게임계에서도 많이 보이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내가 만드는 제품이 진정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지.


갑자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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