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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사고

365 Proejct (098/365)

by Jamin Apr 09. 2025

PM에게 경제학적 사고란? 분석을 넘어 비전을 빚는 도구로


제품 관리자(PM)는 본질적으로 한정된 자원으로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입니다. 이 여정에는 기술, 심리, 설득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지만, 그 중심에는 늘 '선택'과 '집중'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죠. 바로 이 선택의 순간에, 경제학적 사고는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강력한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현실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 덕분에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명쾌한 시각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나침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적으로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 즉 합리적 선택의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어떤 기능을 먼저 개발할지, 가격은 얼마로 할지, 한정된 개발 자원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상 경제학적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죠. 이를 통해 PM은 제품 개발의 논리적 뼈대를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합리적인 틀만으로는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늘 합리적으로만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행동경제학이 등장합니다. 사용자들은 '무료 배송'이라는 단어 하나에 구매를 결정하기도 하고, 기본 설정(Default)이 무엇이냐에 따라 서비스 가입률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비합리적인(?) 심리를 이해하면, PM은 제품의 작은 디테일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일종의 '설계된 설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경제학적 분석에 인간 심리라는 변수를 더해 예측의 깊이를 더하는 셈이죠.


이렇게 개별 사용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PM은 시선을 더 넓혀야 합니다. 제품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시장에는 경쟁자가 있고, 플랫폼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복잡한 생태계를 이룹니다. 이때 게임 이론이 유용합니다. 


경쟁사의 가격 인하에 어떻게 대응할지, 플랫폼 파트너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등, 나 혼자만이 아닌 시장 전체의 상호작용 속에서 최적의 전략을 고민하게 해줍니다. 즉, 생태계 안에서 내 제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시야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상호작용 속에서 전략을 짜는 동시에, PM은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비용편익 분석에 기반한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가치를 숫자로 명확히 표현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당장의 수익성은 낮더라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과감한 기술 투자,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수준의 고객 지원, 혹은 브랜드의 명성과 신뢰 같은 것들은 단기적인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죠.


때로는 분석적으로 손해처럼 보여도, 미래에 대한 확신과 비전에 따라 움직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분석을 넘어서는 PM의 직관과 결단력, 즉 '제품 감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가지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합니다. 좋은 의도로 만든 기능이 오히려 사용자 경험을 해치거나, 시스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따라서 경제학적 인센티브 구조, 행동경제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가져올 2차, 3차 효과까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시스템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신중하게 설계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이 모든 논의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합니다. PM에게 필요한 통합적 사고(정반합)란 무엇일까요?


정(正)으로, 경제학은 합리적 분석의 틀을 제공합니다.


반(反)으로, 행동경제학과 게임 이론은 현실의 복잡성(심리, 상호작용)을 더합니다.


그리고 이 둘을 넘어서는 합(合)은, 바로 '비전'입니다. 


단순히 분석 도구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용자 공감,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를 향한 담대한 목표 설정을 통해 이 모든 분석 도구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분석은 비전을 검증하고 구체화하지만, 비전 그 자체는 분석 너머의 통찰과 창의성에서 비롯됩니다.



궁극적으로, PM의 여정은 나침반을 들고 별을 향해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제학, 행동경제학, 게임 이론이라는 나침반은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경로를 찾는 데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즉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비전) 결정하고 그곳을 향해 배를 이끄는 것은 오롯이 PM의 몫입니다. 


분석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되 그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때로는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가치를 좇아 과감히 나아가는 용기. 그것이 바로 경제학적 논리를 넘어 PM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이자,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원동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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