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결점도 물고 늘어지지 않는다
2025년 11월 2일
오늘의 아침 문장밥
새로운 일터에 간 첫날, 조용히 하나씩 실수를 일으켰습니다. 더 침착하게, 차분히 꼼꼼하게를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조용히 사고 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문장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어서인지, 스스로의 실수에 낭패감으로 자책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쿨하게 용서하는 만큼, 남의 결점도 물고 늘어지지 않는다.
이 문장을 적은 하정 작가님은 책 속에서 '캠프힐'이라는 아일랜드에 있는 서로 돕고 돌보며 일하는 공동체에 가서 일하던 시간을 기록했는데요, 그곳에서의 실수담 토로회가 되어버린 회의 시간이 아주 이상합니다. 그 아찔하고 치명적인 실수가 앞다투어 나오는 '흑역사 방출 경쟁'을 지켜보는데 신기하게도 괜찮은 기분이 드는 겁니다. 이런 문장이 또 이어집니다.
(⋯⋯) "다들 얼간이 같았어. 그렇지?"
40년째 캠프힐에 몸담은 베로니카 할머니가 한마디를 보탰다. 온갖 실수와 해프닝을 하나하나 지켜본 그 눈가의 주름이 너그러웠다. 캠프힐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에 관대하다. 나였으면 쥐구멍에 들어가 칩거했을 일들도 그들에겐 에피소드일 뿐이었다. 스스로를 쿨하게 용서하는 만큼, 남의 결점도 물고 늘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던 말의 뜻이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하정「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 p.70
나의 실수에 관대하다는 것은, 타인의 것에도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임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익숙하던 일에 쉬이 성과를 낼 수 있던 조직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채로만 지냈다면,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익숙하던 일터와 역할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오고 있는 요 몇 년 새, 어제의 문장밥처럼 손에 잡히는 일, 눈에 보이는 일을 모두 물어 나를 전부 사용하고 있는 요즘의 저는 자꾸만 넘어지고, 엎어지고, 비틀거리는 초심자의 마음과 상황을 너무나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초심자의 자리에서 읽고 쓰며, 달리고, 일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고요.
40년째 한 곳에 몸담으며 오랜 시간 동안 넓혀온 그릇으로 많은 이들의 실수를 너그럽게 품어주던 베로니카 할머니처럼, 나도 초심자여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사회는 아무래도 너무 살벌하단 생각이 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