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이 가장 아름답게 흐드러지던 날 | 나은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by 삶예글방



식목일인 일요일 아침, 동네 뒷산에 올랐어요. 휴대폰도 두고 그저 몸만 데리고 올랐죠. 아침이라 아직 바람이 쌀쌀했지만 오르기 시작하니 어느새 몸속이 따스해지기 시작했어요. 집 앞 골목도 조용한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오가는 차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그저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숲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새소리와 나무들의 흔들리는 소리만 가득하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어요. 마음 속 혼란과 번뇌가 모두 잔잔하게 다독여지는 느낌이었달까요.


아침과 낮엔 그리도 맑고 화창한 날이 계속되더니, 드라이브 겸 안산에 계신 부모님 집에 다녀왔는데요. 어느덧 집에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천둥번개가 거세게 내리치더니 이내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네요. 마음의 날씨 뿐 아니라 바깥의 하늘 날씨도 변화무쌍 합니다.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 매일 조금씩 틈나는대로 삶에서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하려고 눈을 돌리는 편인데요. 이번주는 토요일 오후가 생각나네요. 어제 낮에 일하다 브레이크타임 시간에 달리기할겸 가볍게 뛰어서 홍제폭포에 다녀왔어요. 홍제천 길 양쪽에 가득 흐드러진 개나리가 이르게 만발해버린 벚꽃과 함께 노랗고 마알간 분홍빛 꽃잎들이 동시에 길가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생경했어요. 보통은 개나리가 먼저 피고 질때즈음 벚꽃이 피곤 했잖아요. 물론 그런 날씨의 변덕 덕분에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느꼈지만요.


예상치 못한 다른 시기를 살던 이들의 의외의 만남이 새로우면서도, 그 잠깐의 만개한 순간을 겨우내 기다린 마음은 가득 핀 꽃을 보면서도 벌써부터 쓸쓸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끙끙대며 힘을 모으고 춥고 서늘한 시간을 지탱해왔을까. 하면서요.


어떤 아름다움은 크고 빛나서 더 슬프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귀할수록, 희귀한 존재로 느껴질수록 그 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또 그렇기 때문에 쉬이 잃을 수 있는건지 알게 되니까요.


눈부시게 빛나던 아름다운 순간도, 천둥번개와 세찬 비바람 한번에 후두둑 떨어져나가게 될 수도 있는 거겠죠.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삶에서 계속 봄날을 기다리는 것이 맞는가 생각하게도 됩니다. 좀체 쨍한 햇빛 드는 날을 만나기 어려운 북유럽에서는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궂은 날씨 덕분에 어떤 일에도 크게 기뻐하지도,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 태도를 장착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날씨와 지형은 사람의 성품도 빚어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저도 돌아보면 그런것 같아요. 전에는 조금 더 쉽게 아름다움과 소중한 존재들에 아낌없이 감탄하고, 마음껏 감사하며 영원처럼 순간을 누리곤 했던것 같은데, 천재지변같은 사건들을 생에 가장 기대치 못한 순간들에 벼락같이 마주하고, 또 받아들이는 예상치못한 기후재난같은 날들을 불시에 마주하는 생활이 연거푸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크게 마음껏 행복해하는것이, 그리고 그 행복을 기록해두거나 드러내는것 또한 두려워져버린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기쁘고 소중한 순간에, 이 또한 지나가겠지. 싶은 마음이랄까요. 그래서 어느새 마음을, 갑자기 맑게 개인 날에 활짝 펴던 가슴에 떨어질 벼락을 준비하느라 조금은 단단히 잡고, 크게 요동하지 않게 만들어야지 하는 태도를 찾게 되는거예요.



삶예글방 3기 시작을 앞두고, 어떤 글을 써나가볼까 - 소설은 계속 쓸 수 있을까? 쉬었다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이런 단상들이 나온 것 같아요. 삶이 나를 빚어가고 있구나. 그리고 그렇게 빚어진 내가 나의 이야기를 글로 빚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잠잠히 머무르네요.



시원 님의 계절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참 좋아요. 제가 혼자서는 바라보지 못하던 단상을 늘 새롭게 한줄기씩 붙잡게 되곤 하거든요. 늘 고맙습니다. 또 한 번 같이 쓸 수 있어 감사한 밤이에요.



포항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시원님께서 앞으로 쓸 글은, 또 새로이 합류한 글친구님의 글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기대되고 궁금한 글 친구 나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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