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두려움은 뭐였을까
문득 그럴 때 있지 않나.
나의 예전 마음들, 끄적임 들을 보고 싶을 때. 일기장에 적힌 나의 모습들을 보자니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저랬다고? 하는 마음과 함께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마음들 마저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끌어안고,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 오늘의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예전 마음들이 나의 마음을 포개는 것. 다듬는 것. 끌어안는 것. 마음들을 들여다본다.
새로운 관계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두려움’이 든다. 나도 모르게 다시 버림받을 까봐, 상처
받을 까봐,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될 까봐, 그래서 나를 온전히 보여줘도 될까 – 관계 속에서 함께
할 수 있을까 – 하는 의심이 싹트는 것. 관계에 정답은 없다지만.. 내가 혹시, 설마 또, 이상한
선택을 했을 까봐 – 좋아도 모자랄 시간에 내 안에 작은 두려움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 두려움
없는 관계가 있을까 – 그의 두려움은 뭐였을까 – 두려움을 꺼냈을 때, 그 두려움들을 포개어볼
수 있을까? 관계에 정답이 있을까? 서로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정답을 찾지 말자.
까보자.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자. 함께.
마음의 응어리를 덜어내기 위해 여러 단어들을 꺼냈다가 넣어도 보고,
다시 또 썼다가 지워도 보고
결국 어떤 단어도 문장도 나의 마음을 표현할 길 없어
모든 단어들을 뭉그러뜨렸다.
마치 뭉개진 나의 마음처럼.
마음은 어떻게 꺼내는 걸까.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도 서툰 나는 진심으로 마음을 털어놓기에도 힘들다.
결국 단어들은 뭉개지고, 마음들은 아스러져 갔다.
늘 이런 식이 었다. 늘.
나를 방어한다는 말 뒤에
숨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커다랗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정리가 안된다
정리를 해야 하는데
정리가 안된다.
정리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는 걸지도 모른다.
회피, 도망치기.. 최대한 도망칠 수 있을 때까지.
멀리 가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덮어놓기. 정리하지 않기.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멀리서 보게 되는.
아 해야 하는데.
지금의 고요함을 정적을 최대한 누리자.
앞으로 쏟아질 분주함 속에서 누리자. 고요함을, 정적을, 여유를, 모든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