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 울렁이는 설렘.

풋풋하게, 꿉꿉하게, 연애 감정.... 이 있었다

by 즐거운 사라

습한 날씨에 꿉꿉한 요맘때마다 강한 밤꽃 냄새가 더해지면 옛 데이트가 떠오른다. 소나기 사이로 우산 하나는 접고, 다른 우산 하나에 둘이 꼭 붙어 산책하던 그때가 아른아른하다.


당시 호감 있는 남성과 수목원을 산책하기로 정했는데 마침 비가 왔다. 그래도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데이트 약속을 무를 수 없었다. 비가 내리는 것마저 낭만과 감성으로 물들었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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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날씨에 비를 피하고자 하나의 우산 속에서 살이 끈적이게 닿았다, 떨어졌다 반복하는 순간이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끈적끈적함이 짜증 날 만도 한데, 오히려 함께 붙어있으면 싶은 감정의 농도를 진하게 했다.


수목원을 걷다 보니 꽃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코를 찡긋 꺼리게 하는 꽃 내가 특이해서 연신 숨을 들이마셨다. 꿉꿉하고 진득진득한 분위기에 묘하게 어울리는 향이었다. 나는 “특이한 냄새가 난다”며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상대 남성 표정은 좋지 않았다. 웃음 짓고 있었지만, 미간이 꿈틀거렸다. 내가 꽃나무의 정체를 찾아 나서자 그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밤꽃의 정체를 알게 됐다.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다. 피차 밤꽃에 대한 지식이 있었기에 쑥스러워 얼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당시 밤꽃에 대한 지식은 있었지만, 밤꽃 냄새를 알지 못했었다. 처음 경험한 밤꽃향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가만있어도 발갛게 달아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첫 데이트를 손도 제대로 못 잡은 채 끈적끈적한 분위기에 취해 정말 빗길을 걷기만 했다. 밤꽃 향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혹시라도 오해를 살까 싶어 살닿는 거마저 민망하고 쑥스러웠었다. 지나고 생각하면 얼마나 풋풋한 감정인가.


밤꽃 성분은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 더 강한 냄새를 풍기는 건 푸트레신(putrescine)과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분자 때문인데, 이 네 분자는 모두 질소를 포함한 아민계열 화합물로 휘발성이 있다. 아민류는 수용액에서 알칼리성이다. 정자를 보호하기 위해 남성의 사정액에 포함된 분자와 같다.


또한, 밤꽃은 바람을 이용한 풍매화인데도 불구하고 곤충을 매개로 한 수분도 한단다. 밤꽃에는 꿀과 꽃가루가 많은 데다 벌은 물론 풍뎅이, 나비, 개미, 파리가 꼬이고 심지어 밤에는 나방까지 날아든다고 한다(울산저널 참고). 이처럼 냄새가 강하다고 느끼는 건 착각이 아니다.


온갖 곤충이 꼬이는 강렬한 밤꽃은 사람의 정서도 뜨겁게 만드는 거 같다. 그날 그저 걷고, 보고, 냄새를 맡기만 했는데 정신적으로 열정을 느꼈던 거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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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날수록 풋풋한 연애 감정은 메마르고 외로움은 진해진다. 지금은 이렇게 꿉꿉하고 더운 날씨, 특히 비까지 온다면 우산 쓰고 산책하며 낭만을 즐길 열정이 없다. 하지만 외롭다. 이 시기에 외로운 것은 다시 열정을 찾으라는 신호일까. 이 외로움을 타고 꿉꿉함이 지나 옆구리가 시려지는 계절이 오면 밤 열매나 쪄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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