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혼자 완성되는 악기’

악기의 세계

by 레몬푸딩

피아노는 참 묘한 악기다.
누르면 바로 소리가 나는데,
잘 치기는 끝없이 어렵다.

바이올린처럼 음정을 찾아 헤매지도 않고,
관악기처럼 숨을 조절하지도 않지만
그 대신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건반을 누르는 순간

손의 무게
타이밍
마음의 흔들림

까지 전부 소리로 나온다.


그래서 피아노 앞에 앉으면
누구의 도움도, 변명도 없다.
잘되면 전부 내 몫이고,
망해도 역시 내 몫이다.

이 점 때문에
피아노는 종종 외로운 악기로 느껴진다.


피아노 연주자들의 작은 징크스


피아노 연주자들 사이에도
말없이 공유되는 습관들이 있다.


공연 직전,
새 의자나 낯선 높이는 피한다

연주 전에는
건반을 한 번씩 조용히 눌러본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손을 따뜻하게 하는 데 집착한다


건반은 항상 같은 모양이지만,
그날의 손은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성격을 숨기지 못한다


같은 악보를 쳐도
연주자는 바로 드러난다


급한 사람은 템포가 앞서고
조심스러운 사람은 소리가 얇아지고

그래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아, 이 사람 이런 사람이구나”
느껴질 때가 많다.

피아노는
연주자의 하루, 성격, 기분을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는 악기다.감정을 꾹 누르는 사람은
포르테에서도 어딘가 참는다


그래서 피아노는 ‘고백의 악기’


피아노로 치는 음악에는
유난히 독백이 많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느낌.

밤에 혼자 앉아
아무도 없는 방에서
조용히 건반을 누를 때,
그건 연주라기보다
마음 정리에 가깝다.


피아노는
화려한 악기이기 전에
사람을 비추는 악기다.
그래서 피아노 앞에 앉으면
음악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