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세계
― 늘 가운데에 있지만, 가장 깊은 소리를 내는 악기
비올라는 종종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 놓여 있다.
크기도, 음역도, 역할도 그 사이 어딘가다.
그래서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는 악기”라는 인식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는
화려함 대신 균형과 깊이를 책임지는 존재다.
● 소리의 색깔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조금 크고,
음역은 한 단계 낮다.
그 차이만으로도 소리는 완전히 달라진다.
바이올린이 빛이라면
첼로가 대지라면
비올라는 그 사이의 그늘이다.
따뜻하고, 약간 거칠며,
속삭이듯 낮은 울림이 특징이다.
특히 중음역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색을 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슬픔이나 내면의 독백을 표현할 때
비올라의 선율은 유난히 깊게 스며든다.
● 왜 늘 가운데에 있을까?
현악 4중주를 떠올려 보면
비올라는 항상 가운데에 앉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위와 아래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의 높은 선율
첼로의 낮은 베이스
그 사이를 메우며
음악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
눈에 띄지 않지만, 빠지면 곡 전체가 허전해진다.
● 비올라의 운명
흥미롭게도, 오랫동안
비올라는 “바이올린을 잘 못해서 하는 악기”라는 농담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넓은 손 간격과 미묘한 음정 감각이 필요해
연주 난이도는 결코 낮지 않다.
그리고 20세기 이후
비올라를 위한 독주곡들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그 매력이 재조명되었다.
성격에 비유한다면
바이올린이 주인공이라면
첼로가 감성가라면
비올라는 조용한 중재자이다.
말이 많지 않지만,
없으면 금방 티가 난다.
비올라는 드러나지 않지만,
음악의 온도를 결정하는 악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