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발리에서 가장 ‘발리스러운’ 곳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우붓을 꼽는다. 정글과 요가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라는 점에서다. 고급 리조트들도 우붓 정글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발리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천국의 문, 름뿌양 사원도 우붓에서 많이들 투어로 간다.
첫 발리 여행의 시작을 우붓에서 시작했다.
밤 비행기로 도착해 미리 예약해 둔 클룩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다. 우리 여행은 많이 보고, 먹고, 즐기는 것이 테마라 고급 리조트는 단 한 군데도 예약하지 않고 가성비 있는 리뷰 좋은 곳으로만 다녔다. 그 돈으로 더 맛있는 것, 더 많은 액티비티를 하기로 했다.
환승비행에 밤 11시쯤 숙소에 도착해서 쓰러지듯 잠에 든 후, 새벽 4시 투어를 떠났다.
동부투어라고 불리는 투어인데 름뿌양사원, 따만 우중, 라한스위트를 한국어 가능한 기사와 택시로 다녔다. 한국어 가능 기사는 요금이 조금 더 비쌌으나, 엄마와 함께 한 여행이니 이런 부분은 아끼지 않기로 했다.
름뿌양 사원에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도착해서 셔틀을 타고 하체를 가리는 사리를 둘렀다. 우리도 나름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있었다. 2시간 정도를 기다린 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치 사진 공장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하나 둘 셋 하면 포즈를 취하고 한 다섯 번 정도 사진을 찍은 후 자연스럽게 퇴장해야 한다. 기회가 많이 없기에 사진 찍기 전에 어떤 포즈를 할지 미리 정하고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포즈를 보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하지만, 발리에 또 오게 된다면 여기는 다시 안 올 것 같다. 정말 발리에 왔다감! 증표를 남기기 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도 무수히 많은 사진 찍기 챌린지가 끝난 후 오후 4시쯤 동부투어가 마무리되었다. 동부투어는 처음 발리 온 사람에게,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추천하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제외해도 된다고 하고 싶다. 다만, 따만 우중은 너무 예뻐서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이대로 쉬면 다음날에 일어날 것 같아 잠깐 숙소에 들어갔다 온 후 주변 구경을 했다. 우리는 메인거리 근처 숙소를 잡아서 도보로 구경이 용이했다. 바로 앞에 오크베리가 있어서 발리 첫 아사이볼을 먹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감탄하면서 먹었다. 더현대에도 입점했다고 하던데 당연히 발리가 더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에선 만오천 원 정도인데 발리에서는 만원 정도에 토핑 자유로 먹을 수 있다.
이리저리 메인도로를 따라 걸어 다니는데 우붓은 인도가 너무 협소했다. 사실, 발리의 모든 곳이 인도가 없는 것 같다. 엄마랑도 같이 걷지 못하고 한 줄로 걷다가 다른 방향에서 사람이 오면 서로 몸을 세로로 한 채로 한쪽이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래도 우붓은 거리거리마다 여러 가지 발리풍의 동상들이 많아서 발리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발리는 원래가 예술가의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동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다른 도시들보다 유독 우붓에서 그런 동상들을 많이 봤다.
우붓에서 먹은 음식들은 다 성공적이었다. 폭립도, 브런치도, 아사이볼도, 나시고렝(인도네시아 볶음밥), 미고렝(인도네시아 볶음면)도 다 너무 맛있었다. 기념품도 거의 우붓에서 다 샀다. 발리티키에서 하트모양 우드 숟가락을 선물용으로 사고 나를 위한 우드볼과 가족들에게 줄 티켓투더문 가방도 하나씩 샀다. 길거리에 예뻐 보이는 편집샵에서 인센스 스틱 홀더와 인센스 스틱도 샀다.
그리고 우붓에 왔는데 요가는 해야지! 하고 별 반응 없는 엄마를 데리고 ‘요가반’에 가서 입문자용 요가 클래스를 수강했다. 별다른 예약은 필요 없이 30분 전에 가서 결제하면 되는데 요가하는 장소가 너무 푸르르고 예뻐서 요가가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냥 그곳에서 숨을 마시고 내쉬는 행위 자체가 몸이 치유되는 듯했다. 초급반인데도 땀이 조금 나서 개운하게 마무리했다.
우붓의 마지막 날, 집에 가기가 아쉬워 라이브 뮤직을 연주하고 있는 바에 잠깐 들렀다. 여러 가지 팝송을 불러줘서 분위기에 취해 우붓 일정을 되돌아보며 여행에 왔다는 사실을 맘껏 느꼈다. 수박 칵테일을 먹었는데 상큼하니 너무 맛있어서 한국 돌아와서도 그 맛을 내보려고 했는데 똑같은 맛을 내기는 어려웠다. 다음에 우붓을 간다면 그 바는 또 갈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읽은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에도 이 바가 소개되어서 혼자 괜스레 반가워 다시 한번 추억했다.
바를 떠나기 전에 빌리조엘의 piano man을 불러줬는데 고민이 많던 시기라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여기 바에 있는 사람들 다 각자의 고민거리를 안고 살 테고 각자의 꿈을 좇을 수도, 방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삶은 외롭기도 하고 잘 모르겠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꽤 괜찮지 않을까. 그러면서 이렇게 긴 휴가를 내고 여행을 온 만큼 고민거리는 한국에 잠시 두고 여기 있는 순간을 만끽해야겠다 다짐했다.
첫 발리를 느낀 곳, 푸릇푸릇한 자연과 원숭이들, 요가 그리고 아사이볼, 저녁이면 울려 퍼지는 라이브 뮤직, 인도는 없지만 낭만은 있는 우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