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장의 '식자재 탐구생활'
'업소용 돈까스소스 어렵지 않아요'
냉동 수제돈까스와 어울리는 돈까스소스에 대해 전지적 식당 시점에서 탐구해 봅니다.
돈까스를 직접 만드는 전문점은 소스도 알아서 잘 만들지만, 전문 셰프 없이 냉동 돈까스를 사용하는 업소는 맛있는 소스를 만들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자 시중에 나와 있는 저렴한 돈까스소스를 활용하여, 손쉽게 부어먹는 돈까스소스를 만드는 방법과 검증된 돈까스 전문점의 레시피 중 하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양식소스에서 ‘루’는 매우 기본적인 베이스입니다. 소스나 수프를 걸쭉하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밀가루를 버터로 볶은 것을 말하는데, 돈까스소스에도 ‘루’가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밀가루와 버터의 비율은 무게로 1:1 또는 2:1이 일반적이며,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 만들 때 편리합니다. ‘루’는 백색 루, 담황색 루, 다갈색 루의 3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만드는 소스나 수프의 종류에 따라 볶는 정도(시간)를 달리하여 만듭니다. ‘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달궈진 팬에 버터를 넣어 녹이고 체로 친 밀가루를 넣은 후 계속 저어가며 볶습니다. 돈까스용으로는 다갈색 루를 사용하는데 조리시간은 최소 30분 이상으로, 많은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끈끈하나 차차 끈기가 없어지고 보슬보슬해집니다. 서양에서는 가정에서 여러 가지 ‘루’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사용합니다. 식자재 분야에서는 직접 만들지 않고 가루나 액상 타입의 완제품도 많이 사용합니다.
식자재 분야에서는 전문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을 제외하고는 가루나 액상 타입의 완제품도 많이 사용합니다. 직접 볶는 것보다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조리 속도 등 효율성 측면에서 사용 가치가 있습니다.
- 크노르 몬다민 루(화이트) : 화이트 루를 만드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제품. 소스용은 물론, 양식 수프 베이스로도 사용됨. 수프용 - 제품70g : 물1리터. 소스용 - 제품100g : 물1리터.
- 크노르 화이트소스 믹스 : 루 베이스에 조미 성분을 추가하여 화이트소스를 바로 만들 수 있는 베이스. 몬다민 루 제품보다 저렴함. 버터의 함량이 적고 팜유가 사용됨. 소스용 - 제품100g : 물1리터.
- 하인즈 화이트소스 : 루 베이스에 소금, 팜유, 양파, 월계수잎, 후추 등을 첨가하여 화이트소스 요리의 베이스로 사용 가능한 제품. 액상이라 요리 적용이 빠른 대신에 약간의 레토르트 냄새가 남.
'크림수프'로 편리하게 루 만들기.
수입 ‘루’ 제품들은 단가가 비싼 편이고 종류도 많지 않아서 상당수 식당은 크림수프를 활용합니다. 물론 ‘루’를 사용하는 것보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돈까스를 주문하면 어차피 수프를 제공하기 때문에 준비하기가 편하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기억하시는 익숙한 맛이 주변의 흔한 '김밥OO' 등의 분식집에서 수프로 ‘루’를 대신한 바로 그 맛입니다. 수프는 특정 브랜드를 꼭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브랜드를 사용해도 대동소이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중의 식자재용 저가 돈까스소스는 바로 쓸 수 있는 소스의 역할보다는 베이스의 역할이 강합니다. 저가 소스들은 염도가 높고 우스터 향이 강하여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저가 소스에 크림수프와 기타 재료를 넣어 부어먹는 소스를 만들고 있으며,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가 소스들은 제조사마다 맛의 차이가 있지만, 베이스로 사용할 경우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판매 가격은 2kg 제품 기준 4천원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은 출시된 역사가 길고 가성비가 좋은 서해식품의 전통 돈까스소스와 하나식품의 정통 돈까스소스가 있습니다. 4천원대 이상의 제품을 베이스 용도로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가 제품중에 업소에 맞는 것을 골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제품 선정시 우스터소스 향이 너무 진한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쉽고 빠른 조리입니다. 전문 지식 없어도 손쉽게 일정한 결과물을 내는 방식입니다. 물론 기성품 활용 방법은 다양하게 있으나, 많이 쓰는 세가지만 추려 소개합니다. 조리방법은 모두 섞어 끓이면 되니 매우 편리합니다(분량의 숫자는 비율). 정제수(물)와 투입량 표시 없는 항목은 조리 환경과 식재료 종류, 물성에 따라 조절합니다.
- 방식1 : 크림수프를 넣지 않는 가장 간편한 방법입니다.
저가돈까스소스4 / 토마토케찹1 / 진간장0.5 / 우유0.5 / 설탕0.5 / 다진마늘(혹은 대파)0.5 / 정제수(물)
- 방식2 : 크림수프를 넣는 방식이며 간편한 방법입니다.
저가돈까스소스4 / 크림스프4 / 토마토케찹1.5 / 다진대파1 / 우유0.5 / 사과쨈0.5 / 월계수잎 / 계피가루 / 정제수(물)
- 방식3 : 완성도가 있으나, 사용 재료가 많은 방법입니다.
저가돈까스소스4 / 크림스프4 / 토마토케찹1.5 / 우유0.5 / 생크림(넣으면 좋음)0.5 / 사과쨈 / 진로포도주 / 설탕 / 버터 / 월계수잎 / 계피가루 / 정제수(물)
한국식 돈까스는 부어 먹는 소스에서 만족도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려워도 처음부터 소스를 제대로 만들어 보는 시도는 그런 의미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식당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소스 레시피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업에서 성공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전문점의 레시피를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게재합니다. 이와 같은 자료를 활용하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가는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1) 양파/당근/마늘 볶기 : 식용유를 프라이팬에 둘러 양파가 타지 않도록 볶는다. 양파가 진한 갈색이 날 때까지 볶고 당근과 마늘을 넣어 익을 정도로 볶는다.
2) 토마토 페이스트 볶기 : 식용유를 둘러 타지 않도록 10분간 볶는다. 신맛이 증발되게 함이 목적.
3) 루 만들기 : 밀가루를 식용유와 버터에 볶아서 갈색의 루를 만든다(약 30분 이상 소요됨).
4) 배합하여 끓이기 : 배합 항목의 재료들과 볶은 재료들을 넣고 끓으면 중 약불로 10분 이상 저으며 가열한다. 끓이기 전에 월계수잎을 넣고 같이 조리한다.
5) 농도 잡기 : 물에 미리 풀어놓은 전분을 맨 마지막에 넣으며, 농도를 잡아준다.
6) 버섯 넣기 : 양송이버섯을 슬라이스 하여 버터에 살짝 볶은 후 배합하여 끓일 때 넣어 주면 시각적으로 더욱 고급스러운 소스를 만들 수 있다.
부어 먹는 돈까스소스로 나온 제품들은 많지 않습니다. 가격 또한 높은 편이라 돈까스 메뉴를 구색으로 취급하는 업소나 빠른 조리를 원하는 업소에서 선호합니다. 부어 먹는 돈까스소스로 판매하는 상품 중 2kg 기준 4~7,000원대가 있으나, 데워서 바로 사용하기에는 만족도가 높지 않습니다. 아래의 제품들 정도가 실제 데워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유경빈 양식용돈까스소스 : ‘루’를 볶아서 제대로 만든 거의 유일한 제품입니다. 타 유사 제품에 비해 가장 높은 완성도가 있으며, 약간의 우유만 첨가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맛이 납니다. 생산성이 높지 않아 판매처가 많지 않습니다. 2Kg에 15,000원대로 가격 대비 품질이 매우 좋은 제품입니다.
- 푸딩팩토리 옛날식돈까스소스 : ‘루’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파인애플과 마늘 식감이 살아있고 과채 풍미가 좋은 제품입니다. 바로 사용할 수 있으나, 약간의 우유나 크림수프를 첨가하고 신맛을 올리면 매우 만족스러운 맛을 낼 수 있습니다. 2Kg에 2만원대로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 아워홈 옛날돈까스소스 : 산도가 높은 편이며, 과채 풍미가 적지만 ‘루’의 재료인 밀가루와 버터가 사용되어 맛의 깊이가 있습니다. 2Kg에 1만2천원대로 부어 먹는 돈까스소스 중 저렴한 편입니다.
(01)업소용 냉동돈까스에 이어 (02)소스 만드는 법까지 살펴보았습니다. 두 편의 글을 통해 돈까스 메뉴 운영에 따른 경영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업소용 냉동돈까스가 궁금하신 분들은 1편 업소용 돈까스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https://brunch.co.kr/@3185506/2 )
도움 주신 분들
김혜진(교열). 유경빈(자문). 이준호(자료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