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현실편 - 공무원의 싸구려 월급
가족 중 대부분이 공무원 일을 하신다. 아버지께서도 교단에 계셨고, 사촌 형 누나들 중에도 선생님,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부자로 살 수는 없지만 무난하게 살 수 있는 직종이라고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조차도 그쪽으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 어렸을 때 그 쪽으론 꿈도 꿔본적이 없지만. 그래서 그 동안은 특별히 이 일에 불만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워라밸은 나쁘지 않았고 월급은 적지만 먹고 살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률과 집값의 상승은 박봉의 말단 공무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6%에 달한다. 이에 비해 올해 예정된 공무원 임금 상승률은 제로, 동결이다.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사람들이 주구장창 말하는 그놈의 공무원 연금은 반토막 난지 오래다. 훨씬 많이 내고, 훨씬 덜 받는다. 집값은 말할 것도 없이 공무원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기 많다는 9급 일반행정직의 월급을 알고 있는가?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를 때, 말단 공무원들의 임금은 수년간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말단 공무원들은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이야기는 가족 외에는 사실 직장 동료들과도 아주 친하지 않은 이상은 어렵다. 게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던 사람들은 그 시험만을 준비해왔었기에, 이직을 생각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눌 이야기의 장이 필요하다. 게다가 공직의 경우 주변에서 자꾸 직업에 대한 사명감만을 운운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이런 이야기에 움츠러들어서,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할 곳이 많지 않다. 행정직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며, 경찰은 국민을 지켜야 한다며,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도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이다. 요즘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정말 녹록지 않다. 게다가 공직 노조들은 아직도 사회에서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많아, 함께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를 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했던 경험들을 사소한 일상의 노력부터 아주 약간은 디테일한 내용까지 함께 나누고자 한다.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도 함께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주시면 감사하겠다. 내 경험이 보잘 것 없을지 모르지만 용기내어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함께 많은 분들이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다양하게 이야기해주시면 좋겠다.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어떻게 우리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러한 생각의 방향은 이제는 명퇴하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교대를 입학할 때부터 말씀하셨다. 아마 공무원 연금 개혁은 시대적인 흐름이기에 우리가 반대한다고 한들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대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그 흐름 속에서 네가 살아날 방법을 찾으라고 하셨다. 실제로 공무원 연금은 반토막이 나버렸고, 아마 더 토막 날 것이다. 기본적인 출발점은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내 수많은 고민과 생활을 연재하며 많은 공무원들이 함께 재정, 멘털, 일상 생활 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공유하면 좋겠다.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박봉의 공무원일지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덕분에 7년간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하며 자취하는 기간동안 서울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비싸지는 않으며 서울 외곽의 작은 재건축을 몇년 전 매매했을 뿐이지만, 아마 내 수준의 월급에서 조금씩 모으기만 해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잘했다고 이야기하겠다고? 전혀 아니다. 다시 전국의 집값은 언제 올랐냐는 듯이 떨어지고 있고, 금리가 상승하며 유동성이 떨어져 주식, 코인의 가치도 함께 떨어져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금의 중요성이 높아지는데, 아직도 적은 월급을 받는 공무원의 생존은 미생의 영역일 뿐이다. 완생을 향해 또다시 노력해 헤엄쳐 나가야 한다. 이 어려운 세태 속에서 흔히 고시라고 해서 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사람이 갖는 우월감이나 자부심 같은 것, 이제는 버리고 생존을 위해 함께할 때가 되었다. 온전히 우리 얇은 지갑들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소할지라도 소중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함께 해보고 싶다. 월급 관리, 재테크, 노후 대책, 건강 관리, 사랑, 진상 민원인 대응법, 멘탈 관리, 취미, 좋은 글 공유, 일상 이야기 등 뭐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