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나를 마주하며 살기 위해 토해내는 글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심연의 밑바닥에서
나는 결국 주변의 교사들과 같을 수 없었다. 끝없는 심연, 끝없는 허무. 끝없는 마음의 길고 긴 빈 터널 속. 교사라는 직업에서 의미를 찾기가 처음부터 어려웠지만, 아이들을 어느정도는 좋아했고 현실적인 조건, 주변의 시선에 어느정도 만족했다. 그러나 끝없는 허무는 계속해서 날 덮쳐왔고, 나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움직여야 했다. 그것이 부동산 공부가 되었건, 연애가 되었건, 돈이 되었건, 쇼핑이 되었건. 그리고 나는 오늘 그 끝없는 허무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이 허무는 이 직업을 그만둘 때까지 끝나지 않음을, 내 발 밑은 채워지지 않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허무는 이제 몬스터패런츠와 무서운 학생들과 함께,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어져버린 현실적인 조건들과 함께, 내 자격지심이 되어 나를 찔러왔다. 그리고 나는 피를 토했다. 34살의 나는 8년째 이 허무를 벗어나지 못했구나. 돈을 얼마를 모아도 얼마를 불렸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걸 몰랐다. 나는 아직도 저 심연의 밑바닥에 갈기갈기 찢겨진 나를 들고 서 있었다.
엄마와 아빠와 동생이 보고싶다. 우리 쿠키와 레오가 보고싶다. 우리 할머니가 보고싶다. 이모와 이모부가 보고싶다. 내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싶다.
갈기갈기 찢겨진 내 옆에 있어주었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그리고 두 선생님을 위하여. 길을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