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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Feb 28. 2021

언제나 18세

2월의 마지막

엊그제 새해를 맞이한 것 같은데 벌써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점심 먹고 나면 오늘 하루도 거의 다 지나갔다. 조금 움직이면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하루를 마무리하다 보면 '오늘 뭐했지?' 싶을 때가 있다.


2월에 새로 시도한 것들이 많다.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가족사진을 찍었다. 블로그를 만들었다. 성경 필사도 시작했다. 너무 일을 벌였을까? 차 사고를 당해서 내 빨갱이(자동차 이름)는 일주일간 수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너무 속상하고, 머리 아팠는데 액땜한 셈으로 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회사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나와서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오늘 오래간만에 대학교 선배들을 만났다. 여자 넷. 다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이제는 가끔 결혼식이나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서 봐야 한다. 학교 다닐 때는 맨날 보고 같이 밤새서 작업하고 했었는데... 볼 때마다 반갑고 엊그제 본 것 같다. 만나면 항상 우리 가족의 안부를 묻는 선배가 임신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대학에 갔다. 고등학교 때 추억이 없지만 선배들이 있어서 쌓은 추억들이 정말 많다. 몇 년 전에는 후배 하나가 그 추억 사진들을 하나하나 인화해서 우편으로 보내왔다. 고맙다. 선배들에게는 내가 아직도 18살이다. 이제 뭐라도 하나 사주고 싶고, 베풀고 싶은데 항상 챙겨줘서 감사하다. 나에게도 선배들은 20대 때 그 모습이다. 아기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조금 어색하고 신기하다. 

너는 어쩜 변한 게 없니?


시간이 지나도 내 원래 모습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선배들 만나면 항상 수다쟁이로 변한다. 이러쿵저러쿵 떠들다 보면 그냥 마음이 편하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상황만 변할 뿐이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대신에 다음에는 누가 결혼할까 추측했다. 술 한잔 하자는데 몸이 피곤해서 집에 왔다. 잠깐 외출하고 돌아오면 한두 시간 자야 한다. 그래야 다시 머리가 맑아진다. 마음은 18세인데 힘은 엄마보다 약하다. 아무래도 체력을 제대로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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