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이렇게 어려웠나
퇴사 선언 후 33일째. 아직도 근무 중이다. 답답함이 화로 표출됐다가 이제는 체념하고 있다.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탕비실 가서 박카스를 마신다. 예전에는 거의 안 마셨는데 마시다 보니 이제 안 마시면 허전하다. 주말에도 땡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간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있는 사람들은 모두 5년 이상 근속자이다. 동료들은 내가 일을 잘해서라고 말해줬다. 실수도 많았는데 이리 말해주니 고마웠다.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것 같다.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완벽하고 잘하고 싶다. 병이다. 고생을 사서 한다.
지금도 완벽한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6월 말까지 하는 업무를 찾아서 했다. 고생한 만큼 누군가는 조금 편해지겠지. 사소한 배려 또는 오지랖이다. 살짝 지친다.
퇴사하는 날의 풍경을 담은 글을 브런치에 써보고 싶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마지막 출근길은 이렇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커피를 내린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는다. 첫 출근날처럼 옷도 신경 써서 입는다. 아빠가 깎아둔 사과를 입에 물고 집을 나선다. 우리 희망이, 소망이가 현관까지 배웅을 나온다.
상상하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 날은 기념으로 저녁에 떡볶이를 시켜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