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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만년필 Jul 17. 2015

만년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4]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다가  (심화과정)


만년필에서 잉크가 종이에 이르는 과정은 줄다리기의 연속

앞의 글에 이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는 것과 같이 만년필로 글을 쓰는 것은 

펜촉과 종이 사이의 잉크 줄다리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줄다리기를 크게 2단계로 나눌 수 있다.

다음의 그림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잉크저장소에서 펜촉을 거쳐 종이에 흡수되는 잉크

그림은 잉크 저장소의 잉크분자가 만년필의 모세관을 따라 

펜촉을 거쳐 종이에 도달하는 것을 나타 내고 있다. 

1단계로 잉크 저장소(노란색 부분)에서 펜촉까지의 이동, 

그리고 2단계로 펜촉에서 종이까지의 잉크분자의 이동을 살펴보자.


우선 잉크 저장소 안을  살펴보자. 

잉크 저장소 안의 잉크 분자들은 서로를 당기고 있는데 

이 힘을 검은색 화살표로 표시했다. 


A로 표시된 이 잉크 분자는 녹색으로 표시된 가는 관을 타고 

펜촉으로 이동하는데 이 것은 미세관의 분자들이 잉크 분자를 당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을 타고 잉크분자는 B펜촉까지 이동하게 되겠다. 

이 과정에서 잉크 분자가 받는 힘은 다음과 같다.


1. 우선 잉크저장소에 있는 잉크가 위로 잡아 당기는 힘이다. 

일종의 반발력으로 보면 되겠다. 
2. 둘째로 미세한 관의 벽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잉크를 잡아 당기는 힘이다. 

잉크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빨간 화살표를 이루는 부분이다. 


모세관 현상, 중력 그리고 잉크 분자 간의 당김

이 미세한 관의 분자가 잉크를 당기는 현상을 모세관 현상이라 

부르는데 결국 잉크 분자와 관을 이루는 분자간의 인력이 만드는 현상이다. 

관의 직경이  작을수록 관의분자들이 잉크 분자에 미칠 수 있는 

힘이 세어지므로 직경이 아주 작은 관은 중력을 거슬러 액체를 

중력 반대방향으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여기서 중력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펜촉을 위로 향하게 하고도 

필기를 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력이 잉크의 이동에 그렇게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더불어 잉크분자 혹은 잉크 알갱이 들이 서로 손에 손잡고

당기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

이미 앞 선 잉크분자가 뒤에 오는 잉크를 당기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학교 시절수족관 청소를 할 때 이러한 경험을 한적이 있는데 

호스로 한번 물을 통하게 하면 그이 후로는 중간에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어도 물은 끝까지 잘 흐른다. 

앞 선 물이 뒤의 물을 이끄는 것이다.


종이는 힘이 세다

이제 이러한 힘의 관계 속에서 펜촉까지 도달한 잉크 이야기를 해 보자.
이렇게 펜촉까지 도달한 잉크.

펜촉이 종이에 닿을 때 이제는 종이 섬유의 모세관과의 줄다리기가 된다.


종이의 섬유질은 단정하게 정렬된 펜촉의 금속 분자들보다 훨씬 복잡하게 꼬여있다. 

이 복잡한 섬유구조가 그대로 잉크 분자를 펜촉  끝으로부터 떼어온다. 

결국  펜촉으로부터 잉크를 뺏아 오고 

종이 섬유 안의 또 다른 모세관의 세계로 잉크분자는 빨려 들어 간다.



펜촉과 종이의 경계의 위치인 B에 있는 잉크분자에

미치는  힘을 다시  정리해 보자.

위로 향하는 빨간 힘, 즉 반발력에 해당하는 것은 잉크분자간의 

인력과 펜촉분자가 잉크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될 것이다.


반면 아래로 당기는 파란색 화살표를 이루는 힘은 종이의 섬유질이 

이루는 모세관이 잉크를 끌어 당기는 것이다.

또한 일단 잉크가 종이의 섬유질 속으로 빨려 들어 가기 시작하면 

이미 빨려 들어 간 잉크는 펜촉의 잉크를 들어 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수족관에서 호스로 물 빼는 것을 다시 떠올리자.


이렇게 필기할 때 이루어지는 잉크의 전달 과정은

만년필 안 미세관(혹은 모세관)에서의 첫 번째 줄다리기와

펜촉과 종이 사이의 두 번째 줄다리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머리카락의 물이 수건으로 전해져 가는 일상의 관찰에서 시작해서

잉크들이 펜에서 종이로 이동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모세관 현상은 언제 다시 구체적으로 다룰 날이 있을 것이다.

카트리지를 잉크 저장소라고 표현했는데 가끔 만년필 용어를 우리 말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곤 한다.

어떤 분야를 체계적으로 세우는 것은 제대로 된 용어 정리에서 시작한다고 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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