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고르는 법 4단계
한참 블로그에 만년필 관련 글을 쓰고 정보를 모아 갈 때
블로그 통계 기능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로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가를 본 적이 있다.
압도적으로 많은 키워드/질문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만년필 선택법
만년필에 잉크 넣기
그 것을 보고 관련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
지금은 이 키워드로 검색하면 웬만한 사이트의 검색 상위에서
내 글을 찾아 볼 수 있다.
여기는 그런 검색으로 찾아오는 적극적인 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딱히 재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흥미로 봐도 좋을 듯하고
그기서 나름의 뭔가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조금 다듬어서 여기에 다시 올려 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년필 주인이 될 사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말이다.
자신이 가지게 된다면 자신의 필기생활에 대해 되돌아 볼 것을 권한다.
보통 어떤 매체나 지인이 가지고 있는 만년필을 보고
가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별지식 없이 무턱대고 고가의 만년필을
사게 되면 필기감을 알아갈 때 즈음에 후회하기 십상이다.
정답이란 없겠지만 대략 다음의 단계를 거쳐가며 정리해 가면
그렇게 큰 실패 없는 만년필 구매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일단 손크기가 다르다.
이 것은 만년필 몸체의 크기와 직접 연관이 된다.
한번 생각해 보자.
키가 190m가 넘고 손도 큰 거구가
미니 만년필로 편하게 필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손이 작은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가
회사 중역들이 사인할 때 사용하는
통통한 만년필로 필기하기란 곤욕일 것이다.
나중에 만년필 판매자들에게 크기 등의 여러 정보들을 전해주며
조언을 구할 수도 있으니 크기나 종류에 너무 에너지를 쏟지 말고
성별이나 손의 크기만 체크하도록 하자.
취향도 천차만별이지만 분홍 꽃무늬를 좋아하는 남성도 드물므로
성별은 디자인과도 관계가 있겠다.
이것은 펜촉의 굵기와 관련된 문제다.
나의 동의하는 바이고
여러 만년필 사용자들도 공감하는 이야기인데
여력이 되면 펜촉이 다른 서너 자루를 보유하고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겠다.
동사무소 같은 곳에 좁은 공문서에
주소 등의 개인 정보를 작성할 때는
굵은 사인펜으로 작성하지 않는다.
서류 안 공간 상의 문제 때문이다.
이럴 땐 가능한 세필이 좋은 건 누구나 안다.
천천히 신경 써서 글을 쓰므로
잉크 흐름이 조금 느린 세필이라도 문제가 없다.
보통 F를 보통촉, EF정도부터를 세필이라 부른다.
일본도 만년필 역사가 제법 긴데
획수가 많은 한자를 쓰기 위한 세필이 발달되어 있다.
일본 만년필의 촉 크기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한 단계 가늘다고 보면 된다.
즉 일본의 F촉은 다른 제품의 EF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일본의 EF촉은 정말 얇은 것이고
그 것보다 더 얇은 극세필도 존재한다.
직접 시필해봤는데 극세필은 잉크가 묻었는지 걱정할 정도로 얇게 나온다.
이런 세필은 획수가 많은 한자를 쓸 때나
좁은 공간에 글을 많이 쓸 때 사용될 것이다.
또 다른 극단으로는 싸인용/결재용 만년필이 있을 것이다.
한 번에 휘갈기는 펜사인이라도 할 거라면 빠른 펜놀림에도
잉크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촉이 두텁고 잉크 흐름이 풍부한 만년필이 좋다.
잉크가 많이 나오므로 윤활제 역할을 해서 부드럽게 잘 써진다.
굵은 촉의 대표적인 것으로 음표용 만년필 촉도 있다.
일본 만년필인 파일럿이나 세일러에서 봤는데 가장 굵은 촉에 속한다.
음표 머리를 그리는데 단순한 터치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런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만년필을 쓸 사람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필기구 습관이 어떤지 아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이다.
여기까지 해서 만년필의 크기와 펜촉이 대략 결정되었다.
남은 것은 디자인과 브랜드 그리고 가격대 정도가 되겠다.
자신을 위한 만년필이면 스스로 여러 디자인을 보며 선택하면 되겠고
선물 줄 것이라면 같이 가서 고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선물할 사람과 같이 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평소의 복장이나 일하는 환경 등을 고려해서
스타일을 고르면 무난할 듯 싶다.
디자인에는 정답이 있을까 싶다.
주변의 조언과 자신의 감으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정도 됐으면 가격대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보통은 예산을 어느 정도 추산하고 시작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두루 살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으면 생각한 가격대 안에서 구매하고
그렇지 못하면 위에서 수집한 정보를 가지고 판매자를 찾아가거나
온라인 상담을 통해 적당한 물건을 추천받아도 좋을 듯 싶다.
그 밖에 소지자 이름의 이니셜을 만년필에 각인해주거나
만년필을 보관할 파우치나 잉크를 세트로 선물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겠다.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연 필기감과 멋이 아닐까 싶다.
만년필은 펜촉의 디자인과 재질에 따라
다른 필기구가 구현하지 못하는
그런 손맛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액세서리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복장과 가방 혹은 수첩과 잘 어울리는
만년필은 생활의 한 멋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좋은 것은 여러 만년필을 접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공부해 나가는 것이겠으나
초심자로써 큰 실수 없이 첫 구매를 하거나
선물하고자 할 때 위의 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면 큰 실수 없는 구매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만년필이 여러분의 생활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