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특별출연 호랑이
호랑이는 산속에서 혼자 누워 있으려니 심심했다. 입이 심심했다.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켜도 배달 앱을 열었다. 순간 메뉴판에 떡이 떡하니 보였다. 딱 하나만 주문하고 싶은데, 하나만 시키자니 배달비가 더 비쌌다. 호랑이는 잠시 고민하다 결심했다. “픽업 가자.”
픽업 준비, 즉 외출 준비는 철저해야 했다. 요즘 자외선에 민감한 시기라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 여기에 어울리는 오늘의 패션은? 화려한 꽃무늬 셔츠. 거울을 보며 흡족한 호랑이는 오늘의 ‘꽃룩’을 완성하고 떡집으로 향했다.
이런, 문이 닫혀 있었다. 하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안녕~?”
“누구세요? 엄마야?”
매장 안에는 엄마를 기다리는 남매만 있었다. 호랑이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엄마인 척해보자! 그러나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엄마? 목소리가 왜 이렇게 굵어?”
“헬스 다녀와서 힘들어서~”
“엄마? 손이 왜 이렇게 커?”
“요가하면서 펌핑했지~”
남매는 의아했지만, 동생이 호랑이의 꽃무늬 셔츠를 보고 “엄마다!” 외쳤다. 남매는 순간적으로 속아 문을 열어버렸다.
사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탓에 엄마 얼굴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누가 봐도 호랑이인 그 모습에 남매는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호랑이다. 도망쳐!”
하지만 자신이 호감형이라 생각한 호랑이는 그것이 즐거운 술래잡기라 여겼다. 10까지 세고 남매를 찾아 떡집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남매는 창고 구석 작은 창문에 매달려 하늘을 보며 외쳤다.
“하늘님! 밧줄 내려주세요!”
“안녕하세요, AI 상담사 하늘입니다. 도움 요청은 2번을 외쳐주세요.”
남매는 허둥대며 2번을 외쳤고, 그렇게 하늘의 도움으로 무사히 해님과 달님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남매는 콩쥐라는 소녀를 발견했다. 새엄마와 언니에게 구박받으며 학교 다녀오면 밭 갈고 집안일하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던 콩쥐에게 남매는 흔들렸다. 해님과 달님은 낮과 밤으로 그녀를 환하게 비추고, 두꺼비라는 작은 아이템도 보내며 콩쥐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여전히 팥쥐는 질투와 욕심으로 가득했다. 해님은 호랑이 생각이 나서 호랑이를 팥쥐 쪽으로 유인했다. 호랑이는 남매가 사라지고 떡도 못 얻어먹어 지금까지도 몹시 언짢은 상태였고, 팥쥐는 남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일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런 두 존재의 만남은 금세 공감대를 형성하고 말았다. 호랑이는 자신을 뒤쫓는 팥쥐를 통해 술래잡기로 인한 과거의 한을 풀었고, 팥쥐는 호랑이를 뒤쫓아 때려잡을 때의 희열에 기뻤다. 그 둘은 과거만을 좇지 않고 서로 기대어 새로운 삶을 모색했다. 때로는 넘어지고 다투기도 했지만 그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이를 지켜본 남매는 하늘에서 미소 지었다.
“세상은 결국 각자의 선택으로 굴러가는구나.”라고 달님이 말하자,
“맞아. 서로의 빛이 되어줄 때 운명은 만들어지는 거야.”라고 해님이가 답했다.
그 후로도 낮과 밤은 변함없이 이어졌고, 호랑이와 팥쥐 역시 자기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콩쥐? 콩쥐의 SNS에는 매일같이 “원님과 결혼해서 깨를 볶고 있다”는 피드로 가득 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