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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Jan 31. 2024

조경기능사 공부를 하다


50~ 60대 퇴직자들은 시골로 내려가 전원주택을 짓고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게 꿈이다.  나도 복잡한 시내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었다.  마침 파주시 장단에 부친에게 물려받은 전답이 있다. 현재는 대리 경작을 하고 있지만 직접 경작하고 싶었다. 경작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었다. 귀촌 준비를 위해 삼송리에 있는 농협 대학과 양재동에 있는 하영 그린 아카데미에서 조경 공부를 했다. 농협 대학은 귀농 귀촌을 돕기 위한 곳이었는데 채소반, 밭작물반, 화훼반이 운영되고 있었다. 채소반을 신청했으나 정원이 마감돼 화훼반으로 들어갔다. 교육비는 1백만 원이 넘었는데 삼 분의 일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보조해 줬다. 나라가 내게 도움을 다 주다니, 허 참. 


2012년 4월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5시간씩 공부를 했다. 수업은 현장 실습을 위주로 하고 교내에 경지면적을 내주어 재배 실습도 했다. 농기구와 물탱크도 준비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지도교수가 현장에서 지도해 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불하받은 밭에 관리하기 쉬운 상추, 열무배추, 호박, 고구마, 감자를 심고 김장배추와 무를 심었다. 노지에서 자란 상추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보다 쓴맛이 있지만, 몸에 좋은 성분이 많았다. 수시로 따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해 우리 집 김장은 모두 여기서 재배한 걸로,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었다. 


농사 경험이 많은 친구를 따라 같은 품종을 심고 똑같이 따라 했다. 난감한 일은 병충해와 잡초였다.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비닐 멀칭을 하는 이유도 잡초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잡초 뿌리를 뽑아 버리는 방법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배추에 배추벼룩잎벌레가 생겨 할 수 없이 살충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도 나는 즐겁기만 했다. 토요일 학교 수업이 마냥 기다려졌다. 트랙터와 경운기 운전 연습도 했다. 고양 화훼 단지, 봉일천 소나무 농장, 법원읍 쇠꼴 농장 등에서 현장 실습도 하고 1박 2일로 멘토 농장에 가서 재택 실습을 하는 과정도 있었다. 


소나무 농장에서는 소나무 심기 실습을 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2013년경 너도나도 소나무를 시장에 내어놓은 모양이다. 가격이 폭락했고 정성 들여 소나무를 키운 사람들이 손해를 많이 보았단다. 수요와 공급 조절이 잘못된 것이다. 이를 잘 조절하면 돈을 벌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무로 돈을 번 신문기자가 쓴 ‘나무 부자’를 읽고 진짜 나무 부자의 꿈을 꾸기도 했다. 


수강생 중에는 자기 농장을 소유한 학생이 대부분 었다. 수업이 끝나면 그이는 우리를 초대하곤 했다. 자기가 관리하는 꽃과 농작물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했고 나는 그가 부러워서 나의 귀촌 플랜을 곰곰이 되짚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조경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다. 


조경기능사 시험은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 자격시험이다. 나이가 들어서 조경설계 도면을 제시간에 완성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필기시험은 혼자 공부할 수 있지만, 실기시험은 도리가 없어 학원을 이용했다. 하영그린 아카데미에서 2012년 3월부터 11월까지 공부했다. 수강생은 군인, 요리사, 주부, 퇴직자 등 출신이 다양했다.


조경사 필기시험은 암기할 항목이 많았고 실기시험은 조경도면, 수목 감별, 지주목 설치, 벽돌 포장, 교목 식재 등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았다. 2012년 6월 10일, 명일동 동부기술교육원에서 실기시험을 치렀다. 시간이 부족했고 날씨가 무더워 끝나고 나니 기진맥진이었다. 


조경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일자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조경기능사가 너무 많이 배출되어 있고 조경 일은 자격증보다 경험 많은 사람을 필요로 했다. 일자리는 대중교통이 없는 교외 지역이나 지방에서 숙식하는 곳이 많았다. 실제 하는 일도 조경 일보다 잡초제거나 허드렛일이 많아 몸이 약한 사람은 배겨 나지 못했다.


농협대학과 조경학원을 거치며 나는 이 일로 돈을 벌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취미라면 모를까? 결국, 머릿속으로만 안이하게 생각했던 전원생활이 내 체력으로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장애가 도드라져 보였다. 아내가 모든 생활기반이 있는 서울을 떠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래 내 의지나 체력 때문이 아니라 나는 어디까지나 아내 때문에 전원생활을 포기, 아니 일단 보류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배움의 시간 그 자체가 즐겁지 않았던가? 결과를 바란 일이었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다면 결과의 승패는 뭐 그리 연연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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