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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Mar 29. 2024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지난 금요일 친구가 번개 미팅 하자고 문자가 왔다. 3월 30일과 31일 양일간 부천 원미산 진달래꽃 축제가 열려 진달래꽃이 한창이라고 한다. 서해선이 생겨 부천 종합운동까지 김포공항에서 7번 거리다 예전에는 1시간 걸린 거리였다.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부천종합운동장 2번 출구 광장에는 노란색 파란색 주황색 빨간색 검은색 등산복을 입은 상춘객들로 붐볐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계곡 사이로 만발한 진달래 동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수십 장을 찍었다.


부천 원미동 아파트는 1977년 결혼 후 신혼살림을 차린 곳이다. 부천역 앞 광장은 비포장으로 비가 오면 진흙탕으로 걸어 다니기 힘든 허허벌판이었다. 홍수로 영등포역이 잠겨 전철이 못 다닐 때는 영등포역에서 내려 개봉역을 지나 역곡으로 걸어온 적도 있었다. 도시락을 싸 들고 점심값을 아껴 더운물이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부모님 도움 없이 부천에서 서울 목동 아파트로 이사했다. 두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원비가 많이 들어갔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사치였다. 두 딸 교육하고 아파트 대출금 상환하느라 오직 앞만 보고 살았다. 회사는 재정 상태가 나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항상 긴장, 초조, 불안했다. 결국 부정맥이 심해 약을 계속 먹고 시술까지 해야 했다. 결국 20년 정도 근무하다 2001년 3월 53세에 명예퇴직을 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회사 형편이 어려워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 사람에게 퇴직해도 더 잘 산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젊은이와 쇼핑몰 사업을 했다.

나는 자본 대고 젊은이는 기술을 제공했다. 젊은이는 창업 과정을 마친 정도였다. 자본 들이지 않고 사업할 수 있다는 꼬임에 빠졌다. 온실 속에서 화초같이 자란 나는 퇴직금을 날렸다.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 있고, 나는 놈보다 더 뛰어난 자가 있었다.


일할 수 있는 건강은 있었으나 경험이나 보수에 비추어 어울리는 일이 없었다. 마음 들지 않은 일을 하면서까지 돈 벌고 싶지 않았다. 시간도 돈이 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여행도 마음대로 하고 40년 이상 친 테니스를 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싶었다.


아침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으나 구름 낀 날씨가 훤해지면서 원미산 진달래가 더욱 울긋불긋해졌다. 오늘 친구가 원미산 꽃구경 가자고 했는데 시간 없었다면 활짝 핀 진달래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가고 싶은 데 마음대로 갈 수 있고, 건강하고 마음 편한 날은 없었다.


그동안 내 인생이 흐린 날씨였다면 일흔 살이 넘으면서 글 쓰고, 여행 다니고, 테니스를 치며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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