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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욱 Apr 28. 2021

그 많은 문화재단은 왜 생겼나?

문화재단 입문 가이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출 등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 된 이후 ‘지역균형발전’과 ‘민주주의의 균형발전’이 화두가 되면서 지역문화에 관한 정책적 접근이 활발해졌다. 그 결과 1997년 경기문화재단을 시작으로 2020년 경북문화재단까지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전체가 지역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까지 합하면 그 수가 무려 80여개가 넘는다. 현재도 지방자치단체마다 앞 다퉈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민법 제32조, 문화예술진흥법 제4조에 근거하고 있었으나 2013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에 따라 지역문화진흥법 제5장 19조 1항에 의해 보다 구체적인 법적근거를 두고 있다. 대부분 해당 시도의 문화예술진흥을 주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광역문화재단의 경우 문화예술진흥법 상의 문예진흥기금 관련 지원사업 등 관련 법규에서 위임하는 업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문화 관련 중앙정부 기관이 위탁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앙정부의 공모 지원 사업 주관처로 선정되어 진행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출연 문화재단은 대부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한 시설이나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명확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광역문화재단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위탁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정리하면 문화재단은 관련 법규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서 문화지원업무를 중심으로 한 문화행정, 문화시설 운영 등 공공적 문화서비스, 기획 업무등을 수행하는 문화거버넌스 기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방의 고유 문화예술정책 발굴과 실천을 위한 기반으로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대는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문화행정기관의 성장과 지역문화예술진흥은 말처럼 녹록치 않다. 첫 번째 이유로 현재 대부분의 지역문화재단이 처해있는 재정과 운영 독립성의 위기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는 지자체나 중앙에 대한 재정의존도와 기금 적립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사)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 14개 광역문화재단의 사업 영역별 예산 중 국비 매칭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책대행사업(문화복지, 문화예술교육, 예술지원)이 전체 사업비 대비 약 65.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역문화재단이 지역문화발전의 주체가 아닌 국가 및 지자체 정책사업의 대행기관이라는 자조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마저도 현재 대부분의 지역문화재단이 지방재정 악화라는 이유로 전문인력 확보조차 어려워 위탁받은 사업을 겨우겨우 수행하기조차도 버거운 상황이다. 



시도문화재단의 열악한 재정구조 원인 중 두 번째로 기금적립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역시 (사)한국광역문화재단 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월 기준 16개 시도문화재단 평균 적립기금은 약 305억원 규모다. 서울문화재단이 1220억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반대로 충남문화재단이 67억원으로 가장 적은 규모다. 지역문화재단은 재단법인으로서 일정한 목적에 바쳐진 재산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문화재단의 경우 그 재산이 지역문화예술기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지역문화재단은 기금적립 이자 수익을 통해 자체사업과 운영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저금리 영향으로 기금운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기금 목표액을 달성한 광역문화재단은 경기와 서울뿐이고 충남의 경우는 목표액인 200억의 단33%의 달성률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 구체적 기금 조성계획 자체가 부재한 상태다. 


 지역문화진흥법 제4조에 따르면 재원의 확보 등을 지방자지단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 또한 그 책무에 있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안정적 재원확충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실효성있는 조치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출자․출연기관의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와 예술의 분리와 더불어 문화예술지원기관의 전문성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방지하여 지역문화재단의 존재 의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예술가는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는 사람이고, 행정가는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다."  프랑스 콜린느 국립극장 행정감독 알랭 에르조그(Alain Herzog)의 말이다. 지역문화재단 존재 가치에 대한 대답을 위 문장을 통해 대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앞서 제기한 지역문화재단 운영의 여러 문제에 앞서 내부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 또한 위 문장에 녹아있다. 누구보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역량을 발휘해 문화행정을 이끌어가야 할 지역문화재단의 구성원들이 혹시 행정이라는 이름의 관행의 굴레에 갇혀 가능도 불가능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예술의 가능성마저 행정의 편의성으로 재단(裁斷)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역력히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역문화재단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하부기관, 산하기관, 사업대행기관이 아니다. 시대와 시민의 요구에 의해 시민이 재물(財物)을 모아 자율적, 독립적으로 예술을 지원하도록 설립한 재단(財團)법인이다. 또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분권과 지역문화자치를 실현하는 지역문화진흥의 핵심주체다. 그것이 지난 20년 동안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이 해온 역할이며 앞으로 생기게 될 지역문화재단의 존립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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