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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Feb 22. 2022

나는 6학년이 좋더라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38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많다 보니 만나서 꼭 하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나는 ㅇㅇ학년이 좋더라'


 나는 영어 학원에서 6년째 일을 하고 있는 강사다. 초등 부터 고등까지 수업을 현재도 하고 있다. 오늘 글은 내가 수업을 하면서 느낀 학년 별 특징에 대한 글이다. 





초등학교 저 학년. 영어를 막 시작해서 두려운 아이들과 영어 유치원 혹은 다른 방식을 통한 선행으로 영어에 자신감이 있는 아이들로 나뉜다. 특히나 성격이 학습 속도에 영향을 많이 주는 시기다. 파닉스까지는 알파벳과 소리를 무한 반복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외향적으로 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잘 따라 읽는 아이들이 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학부모님의 선택에 의해 학원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친구 따라서도 많이 온다. 이때 아이들에게 학원은 재밌는 곳이어야 한다. 절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고, 반 분위기가 좋으면 더 좋고, 선생님이 유머감각이 있으면 더 좋다. 



선생님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내는 귀여운 학생들도 있고 99%의 보육과 1%의 학습을 원하는 학생도 있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초등 저학년 수업을 선호하는 강사도 있다. 일단 근무시간이 12시~4시 이전인 경우가 많다. 난이도도 파닉스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업 준비에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A, B, C 도 잘 못쓰던 아이들을 가르쳐서 중학교 1학년 시험을 100점 맞게 만드는 그 전 과정은 감동적이었지만 하루 종일 '솔'톤으로 말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나는 딱 3년 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은 내려놓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4~5학년. 이쯤 되면 '솔'톤으로 말 안 해도 알아듣는다. 슬슬 또래 사회에서 욕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말대답이 시작된다. 그렇게 천사 같던 꼬마가 삐딱하게 앉아 '숙제 안 해왔는데요' 시전 해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숙제 안 해 놓고 책 안 가져왔다는 거짓말을 배우는 시기라서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다 알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해야 한다. 학부모에게는 더더욱 전달이 어렵다. 아이가 이 만큼이나 컸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는 부모님 만큼 모르시는 부모님도 많다.  생각보다 4~5학년 아이들은 대하기가 힘들다. 사춘기도 빨리 오고 예민해지는 시기라서 '문 쾅' 한다는 이야기도 요즘 빨리 들린다. 인내심이 없는 강사는 이 시기 학생들을 대하기 어렵다. 아이를 아이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잊게 만드는 학생들이 많은 시기다. 



학습적으로만 보자면 이 시기는 굉장히 특이하다. 영어를 늦게 시작한 아이들과 빨리 시작한 아이들의 격차가 엄청나게 심화되는 시기다. 5학년에서야 겨우 be동사, 일반동사를 시작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부정사, 동명사, 분사, 수동태 배우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같은 학년이지만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레벨별 수업이 아주 중요하다. 



나는 이 시기 수업을 좋아한다. 초등 고학년 수업을 잘 닦아 놔야 중학교 가서 속도를 낼 수 있다. 중학교에서 문법을 잘 닦아 놔야 고등학교 가서 고급 리딩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초등 고학년 수업은 선호하는 편이다.  암기 코드를 조금 웃기게 만들어 주면 가장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시기다. 조금 지나면 유치하다고 싫어한다. 이때 많이 웃겨야겠다. 



6학년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생들보다 부모님의 불안이 커지는 시기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학원을 한 곳에 쭉 다녔다면 한번 바꿔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학원에 다녔다면 입시 학원으로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학부모님의 불안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강사가 능력 있는 강사다. 예비중 과정은 학원별로 2개월~6개월간 진행되는데 이때 중등부로 연결을 잘 시켜야 한다. 중학교 내신 시험을 앞두고 아이들 실력에 대해 실질적인 상담을 원하시기 때문에 데이터에 기반한 상담이 들어가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작 아이들은 별생각 없는 경우가 많다. 초등 고학년의 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중학교 수준의 영어교과서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영어 학습 기간이 짧은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성화에 공부하기 바쁘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생활을 오래 했다 보니 꽤 의젓해진다. 키가 쑥 크기도 하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진다. 서로를 잼민이라 부르며 놀리다가도 중학교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면서 집중한다.

중학교 3년간은 학습 진행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중학교 1학년 때 본문이 생각보다 짧아서 어? 하는 사이에 동명사, 부정사, 관계사, 분사, 수동태, 가정법 쏟아 붓는다. 중학교 2학년 때 아이들은 가장 중요한걸 많이 배우면서 동시에 가장 힘들어한다. 실제로 전체 영어학습에 있어서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서 제일 핵심 문법을 많이 배운다. 이 시기에 고민하는 아이들을 보면 차라리 좀 내려놓고 단어를 열심히 외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어 양으로 승부 보는 방법도 있다는 걸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 6학년, 의젓한 모습은 또 어디 가고 새내기가 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다시 뽀송한 신입생이 된다. 교복 입은 모습이 멋지다고 이야기하면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귀엽다. 


중학교 2학년은 실제로 대하기가 힘들다.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2학년 중에 누가 더 힘드냐고 물으면 고민하실 선생님이 많으실 것 같다. 학원 같은 경우에는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실제 퇴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 이 필요가 있다.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이 꽤 자주 오지만 어느 시기를 벗어나면 괜찮아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참고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학교 3학년도 좋아한다. 애늙은이 같은 포스를 풍기면서 동시에 고등학교 가면 이렇다던데요 하면서 미리 겁먹은 모습도 귀엽다. 수준이 높은 친구들은 충분히 고등 리딩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서 또 그 나름 재미가 있다. 약간은 건방진 자세로 선생님들을 평가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충성을 다할 선생님을 찾을 줄도 아는 시기다. 이쯤 되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중학교 때 갈고닦아 놓은 실력이 어떻게 빛을 발할지 궁금한 학생들도 많다.



특정 학년이 좋다거나 싫다거나 말하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힘든 학년과 선호하는 학년은 사람마다 있기 마련이다. 나는 학년보다는 레벨이 좀 더 중요하긴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 다른 의견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역시 사람 보는 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한번 물어보세요, 어떤 학년을 선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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