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으로의 3가지 경로
본 글은 주로 “어떤 경로로 지사장이 되는가”에 대한 설명 (Description)이지 “어떻게 하면 지사장이 되는가”에 대한 조언(Prescription)은 아니다. 후자는 워낙 주관이 많이 들어가야 해서 별도의 글로 다뤄볼 생각이다.
지사장들의 경력에 대한 설문/통계 자료는 본 적이 없으나, 경험상 70% 정도는 영업, 20% 정도는 마케팅, 나머지 10%는 기타 경력이라고 생각된다. 각 경로(path)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다.
가장 흔한, 영업 총책임을 맡고 있다가 GM이 공석이 되면 그 자리로 승진발령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로가 지배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지사장은 결국 숫자를 보여줘야 한다. 지사는 대부분 제조나 R&D가 없는, 판매 중심의 법인이기 때문에 최종 역할은 숫자, 즉 매출달성이 목표이다. 그러다 보니 지사 자체가 영업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GM의 넘버2 이자 Successor는 대부분 영업 총괄이다
2. 고객과 상품을 잘 알고 있다. 사업이란 누구에게 무엇을 파는 것이고, 영업은 이를 둘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반면 영업 출신들, 특히 스타 영업 리더 출신들이 GM이 되면서 평범한 실적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실적은 내지만 본사로부터 인정을 못 받아서 미끄러지는 경우도 많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1. 전략 경험이 부족한 경우. 수많은 크고 작은 전투에서 전과를 올린 용맹한 장수가 전군을 지휘하는 총 사령관이 되었다고 하자. 적과의 교전은커녕 전장에서 수십-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온갖 정보를 분석하고 배급을 위한 물류망을 설계하고 재원을 마련하고 동맹국들과 협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장수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작전을 실행하라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이는 영업(전투)을 하던 시절에는 거의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라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겸허히 인정하고 스스로 개발에 매진하면 그나마 괜찮지만 상당 수의 영업 총괄들이, 성향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라 전 지역에서 적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도 소리만 질러대는 장수의 한계를 못 벗어날 수 있다.
2. 기존 영업의 틀에서 못 벗어난 경우. 전략이 아닌 영업으로 좁혀도, 특히 대리점 중심의 영업만 해 온 리더들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지사는 자연스러운 진화 방향이 있고, 오히려 과거의 경험이 적응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리점을 통한 영업과 직접 영업은 완전히 다른 역량과 성향을 요구한다. 이러한 면에서 과거의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3. Compliance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리점을 통한 영업의 경우에 특히 다양한 부정부패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둔감해진 경우에 대한 우려는 본사 입장에서 심각한 리스크로 본다.
4.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경우. 영업 총괄과 지사장에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차원이 다르다. 더군다나 문화적 뉘앙스까지 고려해야 하니 영어가 fluent 하지 않은 경우 많이 고생하게 되어 있다. 특히나 갈수록 지사장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경향에서 벗어나 보다 긴밀한 관리를 선호하는 추세로 전환되면서 영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영업 다음으로 지사장으로 많이 올라가는 것이 마케팅이다. 다음과 같은 강력한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1. 가장 전략적이다. 한국 기업에서는 드문 편인데, 외국기업이나 외국계 지사에서는 마케팅이 전략도 맡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시장 및 경쟁환경 이해도, 분석력, Presentation 능력 등을 개발할 기회가 많다.
2. 상품을 입체적으로 알고 있다. Marketing Mix를 고민하고 전시회 등 Execution을 주도하는 마케팅 본연의 역량도 크게 도움이 되고, 동시에 제품 Launch를 총괄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제품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지사장으로 중요한 요소를 갖추게 된다.
반면, 영업에 비해 마케팅 출신 지사장 수가 적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절대 숫자(분모)가 적다. 각 지사별 영업 대 마케팅 인원의 수는 대략 5:1에서 10:1 정도 되는 것 같다. 즉, 마케팅 출신의 절대적 숫자가 적기 때문에 마케팅 출신 지사장 수도 적다. 반면 마케팅에서 지사장으로 가는 확률은 영업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
2. 영업은 영업이다. 영업은 고유한 문화도 있고 (터프하면서 단결이 잘되는), 나름의 노하우도 축적이 되어 있어서 쉽게 따라 하거나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영업 실적을 드라이브해야 하는 관점에서 영업 경험의 부족은 지속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를 다루기 앞서, 먼저 최근 외국계 기업들의 트렌드를 언급하면,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융합(Convergence)이다. 자동차는 IT와, 금융은 S/W와 융합되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대로의 사업은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이를 본사에서 모를 리 없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한국이 “일본 옆 비슷한 나라” 정도로 인식되어 시장으로서의 지위가 낮던 시절, 본사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시절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다르다.
세 번째는 Compliance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멀리 떨어진 시장에서 비리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1) 전략적 마인드가 탄탄하고 2) 비단 영어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자체가 명확하고 투명하고 3) Compliance를 어떻게 피해 가는지 조차 잘 모르는 새로운 부류의 지사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제3의 경로, 특히 전략 또는 IT컨설팅 출신들이 대거 지사장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이 영업이나 마케팅에 몸담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지사장 #영업 #마케팅 #컬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