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16년 3월 13일, 이세돌이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번째 수를 두고 AlphaGo를 꺾었다. 아마도, 이 날이 인간이 인공지능을 바둑으로 이긴 마지막 날이 될 것이 확실하다. AlphaGo는 Google의 계열사인 DeepMind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총괄한 사람이 바로 Demis Hassabis이다.
8년 후, 2024년 10월 9일, 상당히 놀랄만한 뉴스가 전해졌다. 바로, X-ray로 유명한 마리 퀴리 (이미 노벨 물리학상도 수상), 유전자 가위로 대표되는 Jennifer Doudna, DNA Sequencing방법 중 하나인 Sanger Method의 주인공 Frederick Sanger (노벨 화학상을 2번 받음)등 전통적으로 화학/생물학자들에게 돌아가던 노벨화학상이 3명에게 돌아갔는데, 그중 한 명이 Demis Hassabis였던 것이다. 수상 이유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었다.
Demis Hassabis의 DeepMind는 바둑/Starcraft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속했는데, 그중 하나가 생명과학 분야였다. 생물시간에 배운 기억을 되살리면, 세포 내의 Ribosome에서 단백질을 만들고, 처음에는 길쭉한 형태로 있다가 안정적인 3차원 형태로 변형이 된다. 이를 Protein Folding이라고 하는데, 자연에서는 너무나 빠르고 쉽게 이루어지는 이러한 변형이, 실제로 예측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Cyrus Levinthal라는 분자생물학자가 언급한 “Levinthal Paradox”라고 한다. DeepMind는 이러한 문제를 AI로 해결하기 위한 AlphaFold라는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AlphaFold2로 노벨상을 받게 된다.
이 즈음, Hassabis는 AlphaFold 엔진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Isomorphic Labs라는 회사를 만들고, 분사시킨다. Isomorphic Labs은 2025년 3월 $600M (약 8천억 원)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 2-3B Euro (3-5조 원)의 유니콘이 된다. (정확한 valuation이나 지분율이 공개되지 않아서 cbinsight에 아직 등재는 안되어 있다)
여기서 잠시 신약개발 (Drug Discovery)에 대해 알아보자. 신약개발의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수많은 신약 후보(Library라고 부르며 5만 개 단위를 가지고 시작한다)가 원하는 치료 대상(Target)에 원하는 효과가 있는지 (Efficacy), 독성은 없는지 (Toxicity)를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즉, 신약 후보와 Target 간 “궁합”을 보는 것이다. 어느 정도 후보들이 좁혀지면 전 임상-임상 1/2/3 단계 등을 거쳐 최종 신약이 개발되는 것이다. 여기서 후보 물질은, 아스피린 같은 화학물질(Small Molecule) 또는 보통 주사로 주입하는 항체/효소/백신 등의 Biologics가 포함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10년 이상 소요되고 성공률이 1% 정도라, 1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임상에 들어가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데, 그 성공률도 10% 정도라고 하니 제약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결과에 따른 주가의 등락 또한 CEO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단계의 시간을 줄이고 성공률 (정확히 말하면 실패율)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으면 바로 돈으로 연결되는 것뿐 아니라, 약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고민거리이며 수많은 기업/연구소들이 애를 쓰고 있는 분야이다.
Isomorphic Labs는 DeepMind의 AlphaFold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접근법은, 위에서 언급한 신약 후보와 Target 간 “궁합”을 AI로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결과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즉, 이미 AlphaFold를 통해 체내 대부분의 단백질에 대한 구조를 파악했기 때문에, 어떠한 신약후보들이 어떤 단백질에 부착 (bind)될 지도 알 수 있고, 나아가 신약후보 자체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5만 개의 신약후보에서 출발해서 오만가지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유력한 후보들을 디자인하는 방식이라 성공가능성이 대폭 높아질 것은 기대할 만하다. 이미 Novartis 및 Eli Lilly와 협업 중이라고 하니 AI가 인류의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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