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그린 Sep 16. 2023

엄마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첫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힘들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앉혀서 가르치는 일은 더욱. 저녁을 먹고 난 후, 책상에 앉기조차 거부하는 아이를 억지로 앉혔다. 아이는 반 눕듯이 앉아 천장을 쳐다본다. 틀린 문제 세 개만 풀면 된다고 아이를 달래 본다. 아이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아득히 먼 곳을 응시한다.


이 아이를 가르치는 게 누구에게 이익일까. 이렇게라도 가르쳐야 하는 걸까. 먼 훗날 아이가 후회하지 않도록?


첫째 아이는 수학을 힘들어한다. 그래 나도 그랬다. 초등학교 오 학년 때부터 수학이 어려웠다. 학년이 오를수록 열심히 해도 점수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어떤 과목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점수는 크게 오르지 않는다.


모범생에 지독한 노력파였던 나는 수학의 난관을 시간과 끈기로 돌파했더랬다. 나를 닮아 수학머리가 없는 아이는 안타깝게도 나의 인내심과 욕심은 닮지 않았다. 해도 못하는 게 아닌 안 하니 못하는 게 더 커 보인다.


번듯하게 잘 키우고 싶지만 아이는 내 맘 같지 않다. 나와의 공부시간은 너무 싫어하고 진저리가 나는가 보다.  살림도 육아도 학부모로서도 열등생 같다. 하기 싫다. 지긋지긋한 부모노릇.


첫째 아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나를 싫어하는 아이. 그만두고 싶다. 엄마노릇. 어떻게 하면 엄마를 그만둘 수 있는가. 죽어야 하는가. 아이들 두고 이혼하고 혼자 살아야 하는가. 그럼 다른 누군가가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건가.


반짝반짝 빛나던 내 아이의 눈은 왜 터진 동태눈갈처럼 초점을 잃어가는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절충안을 찾아야 하는가.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만 계속 머리를 가득 채운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잘할 수 있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엄마노릇도 조금 실수하고 틀려도 괜찮다고. 다만 누구나 그러하듯이 난관이 있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는 거라고.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키울 수 있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누구보다 내 아이가 잘 되기를 응원하고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나 일 테니. 그것만은 사실이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십 년 넘게 살림했지만 초보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