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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월 Feb 19. 2024

추운 겨울 다 지나고

끝 겨울과 봄의 시작 그 사이

언젠가 마포에 있는 에스오일 사옥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문득 건물에 크게 붙은 문구를 보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날이 있었어요. 정확한 문구가 통째로 기억이 안 나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내다 보면 마침내 따뜻한 봄이 오고 그러다 보면 꽃을 피워낼 것이라는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당시 너무나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였던 계절이었고, 나의 상황 역시 아무것도 나아질 게 없이 척박했어요. 아무리 열심히 지내려 해도 경제적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사업이 틀어져서 일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런 힘듦을 토닥여주던 사랑하는 사람도 사라졌고요. 모든 게 불어 터져 피가 나고 있는 거만 같았네요. 사옥의 문구를 보며 언젠가는 나에게 다시 꽃이 피어나길 기다리며 다시 한번 나아가보자는 마음으로 길을 건넜습니다.


올해는 나가는 삼재고, 지금까지의 고생한 것들을 모두 보상받는 해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을 평소엔 믿지 않지만 이 말은 믿고 싶었어요. 제 작은 믿음이 조금씩 싹을 틔우는 걸까요. 올해의 시작은 기분 좋게 이어갑니다.


조금 편한 마음으로 생활을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12월 31일 저녁에 우연히 집에서 가까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지원했는데 바로 연락을 받아 1월의 시작을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잘 챙김도 받고 사람의 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았습니다. 잠깐동안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 새삼 기뻤습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인 저에게 사람들은 참 친절했어요.


이번엔 더 좋은 기회가 생겨 기존에 다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다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존보다는 조금 규모가 작은 회사이지만, 나름 큰 직급을 받게 되어 책임감이 배가 됩니다. 그동안 즐거이 일했던 아르바이트 장소의 분들에게는 아쉬운 인사를 전해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조금 더 높이 띄기 위해 안녕을 해봐야겠네요.


날이 따뜻해지다가도 가끔씩 영하권의 날이 찾아오고, 비도 내리는 끝 겨울 혹은 봄의 초입이지만 온도 차에 주의를 기울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봐야겠습니다. 시작과 끝에 서 있는 지금이네요. 내일은 최종합격을 알려주신 회사에게 최종 결정을 전달하고, 서운하지만 아르바이트직을 그만두어야겠다는 말을 동시에 전해야 하겠어요. 서운하면서도 왠지 설레는 마음으로 봄의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해 봅니다.


여러분들의 겨울도 곧 봄의 온도를 맞이해 보기 바라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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