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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월 Feb 03. 2024

마음에 달린 무게 추

0점을 잘 맞추려면

우리의 마음 안에는 모두 중심을 지키는 추 같은 걸 달고 있는 걸까요. 문득 자려고 누워있다가 어떠한 생각이 들어 이렇게 또 떠들어봅니다. 행복함도 괴로움도 그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감정들의 소용돌이였더라도 시간이라는 추를 통해 우리는 다시 0점에 도달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제 생각이 지금은 그렇습니다)




1. 엄청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잔뜩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 있지요. 그날은 너무 여러 감정이 들어 쉽게 잠들지 못했어요. 억울하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것일까 하고요.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고 힘들다 보니 몸이 지쳐버린 걸까요. 불이 꺼진 방에 가만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숨 쉬기가 거북합니다. 호흡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그렇게 20-30분 간을 숨이 넘어갈 듯한 경험을 하고 나니 잠에 들다가 숨이 멎을까 무서워 해 뜨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무얼까 하고 겁이 나 잠시 인터넷을 뒤져보니 공황발작의 중상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라는 게 이런 걸 수 있겠다싶었지요.


1-1. 그 일이 있던 것이 바로 한달 전이네요. 당시엔 이러다 죽을 수도 있는 걸까 하며 극한의 두려움이었지만, 그 공포가 어땠는지 어렴풋이 기억이 날 뿐이에요. 그땐 그렇게 무서웠지 하며 그 날과 같은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아무렇지 않게 잘도 잡니다.


2. 정말로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을 정도로, 그 사람의 단점이나 못난 구석까지도 전부 예뻐보이도록 사랑에 빠진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 세상에서 그 한 사람과 함께 한다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죠. 어느 날 너무나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싫어하는 상사와 마주앉아 점심을 먹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지요. 같이 밥을 먹으면 체할 것만 같았거든요. 점심 시간 30분 전 사랑하는 사람이 근처라며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어요. 저와 멀리 사는 사람이라 회사 근처에 잘 올일이 없는 사람인데, 그 날 따라 멀리 올 일이 있었다네요. 회사 앞에서 만나 제 손을 잡고 회사 밖으로 나가주는 그 모습은 세상의 어떤 히어로들보다 멋있어보였어요. 그 날은 탄산음료를 마시고 트름하는 모습도 귀여워보였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모습이 전부 귀여웠습니다.)


2-1. 그 날의 감동과 사랑스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을 거에요 아마도. (이 에피소드 외에도 많았지만 지금은 유독 그 날이 떠오르네요) 그치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당시의 온도와 분위기, 날씨 정도만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다 주워도 부족하다고 느낄 만큼의 뜨거운 사랑의 감정은 식어버린 손난로 처럼 온기를 잃고 기억만이 남아있어요. 이제는 그때 얼마나 행복감을 느꼈었는지 희미할 뿐입니다.




행복함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지만, 기억이 남을 뿐 그 감정도 역시 시간이 지나고나니 그 농도가 흐릿해져가네요. 꽉 한 켠에 움켜쥐고싶어도 점점 주기억장치에서 보조기억장치로 점점 뒤로 밀려나는 기분이네요. 반대로 괴로움은 그 당시에는 헤쳐나가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큰 고통 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행복한 기억만큼이나 ‘그땐 그랬지’ 하며 넘길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쯤으로 바뀌는 거 같네요.


어쩌면 이 모든 걸 조금씩 중화시켜내고 있어서 잘 살아져 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에 빠져서 계속 그 기억만 부여잡을 수도, 괴로운 고통 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살지만도 않은 것 같네요. 그래서 더 일희일비 하지말라고들 말씀하셨을까요? 내일도 0점을 잘 맞춰보며 마음의 추를 잘 다스려봐야겠습니다.


(글의 편안한 이해를 위해 1. 1-1. 2. 2-1. 같은 도구를 한번 사용해보았네요. 나름의 제 배려가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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