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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Apr 07. 2021

새해 임신 출산 육아 종합 마인드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룬 것 같은 두근거리는 리스트


새해에는 

다짐이 있다. 


그것들은 결국 연말에 돌아보면서 '아...' 하는 짧은 탄식으로 후회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그게 대부분이지만?)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룬 것 같은 두근거리는 리스트가 항상 있었다.


1월 1일의 시작은 기필코 작년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며 항상 악을 쓰고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시작했다. 


그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육아하던 중에 새해를 맞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못했다고 해야 하는 게 맞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회 분위기 때문에 파티와 폭죽 같은 멋진 시작을 알리는 소리들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1월 1일은 평범했다. 31일까지 야근을 하던 남편은 다행히 새해를 넘기기 전에 들어왔고 아기를 재우고 나서 조용히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로 해피 뉴 이어... 하면서 2021년을 맞이 했다. 


벌써 토리가 태어난 지 9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서른 다섯 새해. 

놀라는 건 나에게 없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여자들을 항상 동경했었는데 이제 그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대부분 어리다는 것이다. 시간이 얄짤 없이 흐른다.


임신과 출산을 하고 보니 2년이 송두리째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내 나이를 상기하면서 생활하지 않았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2년 걸친 시간 동안 나는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왔던 이종열 피아노 조율 명장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든다면 제목은?"




이제 겨우 쓸만한데 80이네.
생각은 내가 80이 되어도 좀 젊게 보일 거야.
그리고 거울을 보면 항상 실망을 해버려요.
80은 80이네.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나의, 우리네의 삶은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일이 주는 기쁨, 그리고 자극에 중독되어 성취했을 때의 나 자신에 심취하며 반복되는 챗바퀴가 주는 삶에 익숙해진 생활이 나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킨다고 생각했다.



새해에는 그 마음을 놓아보기로 한다.

단순한 삶과 가벼운 일상을 살고 싶다. 제법 무게감이 있는 나이, 그렇지만 인생 전체에서는 아직 겨우 알만한 나이다. 굳이 세대를 나누자면 뜨거운 라테에 속하는 나이이지만 또 이종열 피아노 조율 명장의 인생에 빗대어 보면 이제 겨우 싹을 피워 하늘을 보고 키를 키우는 어떤 작은 나무 같은 단계일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동안의 나는 항상 어디에 쫓기듯 빽빽한 to do list를 지워가는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리고 그 삶이 좋았고, 항상 살아있는 것 같았다. 너무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에서 그래도 겨우 숨을 쉬고 살아가는 멀쩡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그냥 비워져 있는 게 자연스러운, 그럴 수도 있는 그리고 그걸 보는 내 마음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자고 크게 호흡해본다. 


새해에는 우아하고 지혜롭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짐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본다. 그래도 별로 조급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행이다. 서른 다섯 전의 우아, 지혜, 여유는 타인에게 예쁘게 보이는 것,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똑똑한 척해버리는 것, 돈을 가난하게 써버리는 삶이었다면, 그 이후의 우아, 지혜, 여유는 내 소리를 더 당당하게 말하는 것, 하루하루 꾸준히 작은 것을 해나가는 것, 그 꾸준함의 저력은 분명히 남을 것이니 체력을 키워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새해에는 더 건강해 지기로 한다. 

아이가 있는 삶은 매일 스트레칭 정도는 꼭 하며 짧아져 있는 내 근육 곳곳을 늘려야 한다. 체력을 키워야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 1분이라도 더 상냥하게 쓸 수 있다. 임신, 출산 그리고 특히 육아는 체력을 굳건히 키워놓아야 하는 불가결한 체력전이다.




시끄러운 사회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에 마음 기울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해 부정적인 것들에 나만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다짐하지 않는 새해 다짐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느 날 무심코 고개를 돌려 본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고 싶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신입과 경력직의 차이는 휘황찬란한 기술이나 머릿속에서 자로 잰 듯이 나온 뚜렷한 생각들 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센스 있는 능력과 바로 실행하는 어떤 노하우가 가장 크다. 

아기가 성장할수록 경험하지 못한 사건과 에피소드가 매일 생기지만 이런 상황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보내면서 나는 더 엄마다워진다. 





엄마 되기는 쉽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바로 그 아이의 생물학적 엄마가 되는 건 분명하지만 물리학적인 엄마로 느끼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색한 속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그저 버퍼링이 걸려 삐그덕 거리고 로딩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진을 다 빼고 나서 버벅거리며 겨우 돌아가는 로딩 속도에 아이와 나를 맞춰가며 그저 묵묵히 또 나만의 방식으로 육아를 쌓는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만이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줄 뿐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에 적응하고 지금 힘들어간 어깨의 힘을 빼자.

승모근과 걱정과 근심을 낮추자.


이렇게 나는 다짐하지 않는 새해 육아 마인드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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