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상인 Jul 09. 2024

이유를 설명하지 말자

나를 조금 더 선명하게 인지하는 방법

최근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자니,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읽지도 않았던 책을 찾으며 공부 방법을 찾기도 했다. 그때 고3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고3혁명"이라는 손주은 대표의 책을 보기도 했다. 지금은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 책을 보고 난 후 공부도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최근 공부를 하며 답안을 써 내려가고 있자니, 이와 조금은 비슷하게 공부 과정에서 내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공부하는 내용은 명확한 용어를 넣어 서술하는 게 필요한데, 서술하는 과정에서 주요 키워드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떻게든 그와 비슷한 말을 만들기 위해 부연설명을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니까 말이 길어지는구나.'


명확히 알고 있다면, 1~2개의 단어로도 설명할 수 있는 그 용어를 기억하지 못하니 말이 길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나의 삶과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혹은 언급해야 한다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왜 그런 상황에 왔는지, 왜 약점이 아닌지 등을 설명하려 했으니 말이다. 말이 길어진다는 건 내가 그 분야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또한 약점이 아님에도 누군가에게 길게 설명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상대방에게 '내가 맞다, 나를 지지해 줘라'는 의도가 포함된 행동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100%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게 100% 이해시켜야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즉, 자세한 설명을 요구받은 게 아님에도 내가 설명을 더하고 있는 중이라면 그건 내가 자신 없어하거나 지지를 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벌써 자신 없어하거나 지지를 받아야만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안타깝지만 결과는 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설명을 덧붙이지만 않으면 된다.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인정'하고 끝내면 된다. 덧붙일 필요가 없다. 설득이나 지지 목적의 설명을 하려고 한다면, 잠시 참아내고 그렇게 지지를 받아하려는 행동이 뭔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다면 굳이 그 설명을 꺼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느낌을 받고 난 후 설명을 줄이기 시작했더니, 나를 조금 더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낭비하는 시간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던 순간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꼭 설명은 아니지만 변명 같은 것들로 나를 속여왔던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하지 않고 지나갔을 때가 진짜 고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