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너 참 위로가 된다.
#26화 #된장찌개 편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명절을 싫어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종갓집 명절 제사 음식, 잦은 심부름, 친척들 술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차리는 것, 그리고 끝없이 쌓이는 설거지를 도와야 했다. 물론, 친정의 여러 여성들이 모여 함께 하긴 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결혼을 하고 간소화된 명절상은 오롯이 어머님과 내 몫이라 그 힘듦은 연장되었다. 워킹맘이셨던 시어머님과 아직도 워킹맘이신 친정 엄마와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머님들의 그 수고를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10년 차가 되니 명절상을 준비하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화는 내가 플리마켓으로 준비하고 있는 수공예 소품들을 제대로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음에서 나타나는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괴로움을 남편에게 쏟아냈지만 지나고 나니 연휴도 없이 일하는 남편에게 괜한 소리 한 것 같아 미안했다.
길고도 길었던 명절 연휴가 끝이 보인다. 그 끝을 된장찌개로 시작했다. 집에서 보글보글 끓이는 이 구수하고 쿰쿰한 이 향이 명절 기름때를 씻겨내는 듯했다. 명절 연휴가 지나간 것만으로도 일상을 되찾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된장찌개, 너 참 위로가 된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