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한 끼
29화 김치볶음밥 편
자정이 넘어서 숨 죽은 김치를 버무렸다. 김치를 직접 담그면서 김치를 볶고, 찌개를 만드는 흔한 요리에 마음이 뜨겁게 움직이지 않고 점점 얼어붙는다. 그 이유는 궁색하지만 아주 간단하다. 아까워서.
그 아까움을 뛰어넘는 부드러운 체념으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새로운 김치가 냉장고에 대기 중이라는 행복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음에 감사를 느끼면서 말이다.
무엇을 해 먹을까에 대한 혼란은 냉장고 안을 열었을 때 얼마나 정리정돈 되어있느냐와는 다른 문제이다. 내 머릿속 선택에 대한 황폐함이 김치볶음밥이라고 정해지는 순간 냉장고 안이 엉망진창이어도 김치볶음밥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참치를 넣은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대단한 상차림이 아닌 평범한 한 끼를 해결했다는 안도감,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 그리고 또 다른 끼니를 준비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조화롭게 밥상에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