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자는 너그러워지는 법
30화 일요일 아침상 편
내가 먹지 않는 아침상을 매일 차리며 나는 아침을 맞이한다. 계절에 따라 어두컴컴한 아침을 맞이하며 눈을 비빈채 고개를 떨구며 부엌으로 향할 때도 있고, 화창한 햇살에 싱그러움을 잔뜩 머금은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부엌을 지르밟을 때도 있다.
혼자 살았다면 갖은 변명으로 일요일 아침을 거부하며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웅크리고 속절없이 시간을 허비했을 텐데 내 움직임을 지켜보는 여섯 개의 빛나는 눈빛이 나를 일으킨다.
엊그저께 끓여 놓은 미역국이 있다. 한살림에서 장 본 재료로 몇 가지 밑반찬을 만들고 아침상을 차린다. 근사할 것도 없는 흔한 일요일 아침상은 소박한 맛을 담아낸다. 아침밥 안 먹는 나도 오늘은 상석에 앉아서 분주하게 젓가락질을 해본다. 배부른 자는 너그러워지는 법, 아들은 밥 다 먹고 뒹굴거리며 텔레비전을 봐도 눈감아주게 되고, 복동이에게는 간식도 덥석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설거지가 끝나고 마시는 인스턴트 블랙커피가 맛있는 그런 일요일 오전 시간, 모든 것이 허용되는 범위에 있다는 것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