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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코 Nov 06. 2023

31화 북엇국 편

간판 읽기 하기!

31화 북엇국 편


며칠 동안 11월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포근한 날씨로 아들은 반팔과 반바지를 입기도 했다. 주말에 흩뿌리던 빗방울이 오늘은 제법 땅을 적신다.


비가 오는 월요일이다.

아들이랑 등굣길에 간판 읽기 게임을 했다. 평소에 끝말잇기, 수수께끼, 구구단외우기, 이야기 만들기 등 여러 놀이를 하며 가는데 요즘 간판 읽기가 가장 재미있는지 매번 이것만 하려고 한다. 나는 좀 지겨워졌는데 아들은 할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리듬감을 살려 노랫말 처럼 하면 더 재미있으니 그렇게 하라고 당부한다.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흥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으로 지어졌을 상호, 우리가 열심히 불러주면 더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오늘도 열심히 리듬감 살려 간판 읽기를 했다.


아들을 보내고 집에 와서 북엇국을 끓였다. 맑은 북엇국이 흐린 날씨랑 제법 잘 어울린다. 오이무침을 곁들여 먹으려고 만들다가 액젓을 들이붓는 바람에 망쳤다. 망치면 망친대로 또 먹게 된다.

무를 많이 볶으면 볶을수록 뽀얀 국물이 난다는데 그 기준이 어딘지 몰라 헤매다 보면 어느새 북엇국이 완성된다. 남편 아침상을 차려주고 나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이 월요일이라서 마음이 느긋해진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여유 부리고 싶은 그런 날인데 시간은 야속하게 정오에 가까워진다.


이제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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