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닷페이스 Apr 13. 2021

목소리가 들리는 인터뷰 하는 법 (2)

닷페이스 뉴 멤버 연두가 기록한 인터뷰 이야기

닷페이스가 만드는 영상의 시작과 끝에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카메라 뒤에서 먼저 그를 마주 보고, 질문을 건네고, 귀를 기울이던 사람이 있다. 어떤 질문을 던졌기에 이런 대답이 나왔을까?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현장의 공기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

닷페이스의 두 번째 FETS(.Face Energy Trading System)는 '인터뷰' 세션으로,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됐다. 첫 번째 글에서 이어진다. 

- 그동안 닷페이스가 해온 인터뷰 : 함께 돌아보기 (by. 모모 PD)  
- 그래서, 어떻게 인터뷰하냐고요? : 인터뷰의 이런저런 기술 (by. 은선 PD)


인터뷰에도 기술이 있나요? 


인터뷰에도 기술이 있을까? 인터뷰 기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도, 은선PD는 '이게 진짜 기술인가?' '능력치라고 할 수 있나?'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구술 생애 연구집을 읽던 중 '현장에서 질문하기'가 방법론으로 정리되어 있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닷페이스도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온 기술이 있다. 은선PD의 경험치로 빼곡히 정리된 '인터뷰의 이런저런 기술'을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1. 섭외 과정   

     들어야 할 주제가 명확하다면 기획의도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정리해 간단하게 섭외 요청을 드리는 것도 좋다. 그 이후에 자세한 내용을 정리해 전달한다. 

 자세한 섭외 메시지 버전 

0. 첫인사와 메일을 보낸 동기
1. 채널 소개
2. 촬영 개요
   2-1. 인터뷰 예상 질문
   2-2. 촬영하고 싶은 장면
   2-3. 일정과 참여 인원
   2-4. 출연료와 출연 동의서 설명
3. 끝인사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담아서 요청할 때도 있다. 모모 PD는 '이 사람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첫 섭외에 최대한 모든 것을 담아 요청한다고.


2. 인터뷰 준비


사전 조사와 사전 인터뷰   

사전 조사 : 이전의 인터뷰가 있다면 모두 읽어본다. 그 안에서 다시 한번 짚어보고 싶은 이야기 또는 그 안에 없지만 궁금한 이야기를 찾는다. / 기존 인터뷰가 많은 사람은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당사자성을 가진 전문가로, 자기 언어로 능숙하게 정리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이다. 그렇기에 '이전에 말해지지 않은 궁금한 이야기'를 찾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와 관점을 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사전 인터뷰 : 단 한 번 만나 인터뷰를 끝마쳐야 하는 닷페이스의 제작 방식상, 사전 인터뷰는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도 라포 형성을 위해서도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이때 듣고자 했던 이야기를 해당 인터뷰이에게서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더 좋은 이야기가 있는지 탐색해볼 수 있다.


질문지   

사전 질문지에는 진짜 물어보고 싶은 건 뺀다. 사건, 문제에 대한 이야기만 중점적으로 물어보고, '감정적인 질문'은 다 빼놓는다. 미리 준비되지 않았을 때 더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질문지를 준비하며 예상 답변을 상상해본다. 그 가운데 꼭 들어야 할 한 마디를 잡고('이 사람에게 이 얘기는 꼭 들어야지') 그 이야기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질문을 준비한다.


3. 인터뷰 현장

시작 전


세팅에 조급해하지 말자. 먼저 "카메라 세팅하는데 2~30분 정도 걸립니다" 말씀드리고,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앵글을 적극적으로 찾고, 기물을 옮겨야 하면 빠르고 정중하게 요청드리자 


인터뷰이와 아이스브레이킹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가능하다면 인터뷰어가 될 피디는 카메라 세팅보다는 인터뷰이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라포 형성이 애매할 때, 두 명 중 어떤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갔는지에 따라 애매한 인터뷰가 될 수 있다. 두 명의 피디가 약간의 역할 분배 후 '더 집중해서 저에게 얘기해주세요"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서로 맞춰가면 좋다


카메라가 돈 후, 다시 한번 오늘 인터뷰의 주제와 인터뷰이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짚어드린다.


인터뷰하기   


기초 질문을 까먹지 말자 : 인터뷰이의 말로 기초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영상 안에서 인터뷰이의 말로 대부분의 정보를 전달하는 닷페 콘텐츠의 특성상 사건의 기본 정보, 용어의 뜻을 들어두는 게 필수다.

모르는 거 아는 척 넘어가지 말기. "그게 뭐예요?" : 알아도 묻고, 모르는 것도 물어야 한다. 사전 조사나 인터뷰에서 나오지 않았던 모르는 에피소드 또는 용어가 나왔을 때 바로 묻고 넘어가자. 다시 물었을 때 그 뒤의 인터뷰가 더 원활하게 흘러가고, 꼬리 질문도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다.

질문은 간결하게 : 내 말이 길어지면 스스로 말리게 되고, 질문이 명확하지 않을 땐 인터뷰이가 무슨 답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질문의 맥락을 부연하고 싶을 때에도 우선 질문을 간단하게 던진 후에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하자 :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묻는 질문. 예/아니오 질문은 최대한 피하자. 단, 전문가 인터뷰의 경우 확인하고자 하는 사실이 있을 때 예/아니오로 답하는 질문을 잘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편집 시에 '피디의 질문+전문가의 확실한 답'이 세트로 쓰일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사용하자.


인터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경험'이다 : 인터뷰이만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경험'을 담을 수 있을 때,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인터뷰 영상이 될 수 있다.

인터뷰이의 의견,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해주었을 때도 그 이전에 있었을 '경험'에 집중해서 질문을 던지고 들어 두는 것이 좋다. / 당사자, 전문가, 활동가로서의 언어로 잘 정리해 말한 답변이 가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기까지의 '경험'을 건져내는 게 중요하다. 그랬을 때 뭔가 다른 인터뷰가 나온다.

 ex)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장혜영 : 동생 혜정의 탈시설 후, 혜정이 자신과 같이 씻는 것을 거부해 그 당연함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 퀴어 동화책을 만드는 '이야기 채집단' : 인터뷰이들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어려운 지점이 있었는데, 동화책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꺼내 주셨다. 외숙모가 옷을 사주겠다고 해서 함께 백화점에 갔는데, 반바지를 좋아해서 소년처럼 입고 나왔더니 '쟤는 왜 저러지?'하고 쳐다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고 경험을 서술해주신 말이 인터뷰이의 활동을 풍성하게 뒷받침해줬다.


침묵을 견디기 (들으러 왔어요~)  : '마'가 뜨고 서로 눈만 꿈뻑꿈뻑하는 상황. 이 침묵을 인터뷰이가 채울 수 있도록 한 템포만 더 기다려보자. 인터뷰어가 정적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 때 인터뷰이는 점점 더 수동적인 자세가 될 수 있다. 침묵을 자신이 채워야 함을 느끼고,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침묵을 견디자.


밀당  : 침묵을 견뎌야 할 땐 조용히 있다가도, 핵심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엔 빠르게 치고 들어가 찌르듯이 질문하자!


리액션은 적극적 + 조용히 (비언어적으로) : 편집할 때, 인터뷰이 말 사이사이에 들어간 내 목소리를 듣고 좌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질문을 꼭 던지자 :
"제가 준비한 질문은 다 드렸어요. 마지막으로 혹시 오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 안 물어보더라~하는 것이 있으셨다거나, 이야기한 것 중에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세요"준비한 질문이 모두 끝났다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남았는지 물어보자. 이때 감정적으로 소회를 풀어놓을 수도 있고, 인터뷰에 응하면서 인터뷰이가 꼭 하고자 했던 한 마디를 던질 수도 있다. 이것이 영상 콘텐츠 안에 쓰이든 쓰이지 않든, 인터뷰이에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는 시원함을 줄 수 있다.


마무리   


'닷페이스 인터뷰의 이런저런 기술 ver.0.1' 이 세상에 나왔다. 이게 원칙은 아니니까, 우리의 경험을 덧붙이고 다듬으며 계속 정리해가면 좋겠다고 은선PD는 말했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터뷰'라는 단어를 계속 곱씹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자주 잊고 지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잘 다가가고, 잘 듣고, 잘 전하기 위한 빼곡한 고민 끝에 자신만의 태도와 방법을 체득하고 아낌없이 나눠준 동료들의 노하우가 더 귀하게 느껴진다.


동료들이 나눠준 밀도 있는 시간이, 그 안에 담긴 울퉁불퉁한 경험이 누군가를 잘 마주하고 싶은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닷페이스도 작은 기쁨과 실망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테다.



펫츠 진행한 사람: 모모,은선

기록한 사람: 연두 

편집 검수: 썸머 


연두

닷페이스 비디오 저널리스트 

매거진의 이전글 목소리가 들리는 인터뷰 하는 법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