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지배자 미토콘드리아의 협력자들
미스터리를 간직한 숨은 지배자이자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는 특정 세포 그리고 세포의 에너지 필요량에 따라 분포 수가 달라진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근육과 신경 세포는 지방 세포에 비해 더 많은 수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 세포마다 평균 300~400개씩 들어 있으며, 사람의 경우 세포 1개당 100개에서 3,000개 정도 들어 있다. 몸 전체로 따지면 그 수가 모두 1경 개에 이른다. 우선 지방부터 알아보자.
우리 몸에는 인체 부위와 색깔에 따라 역할이 다른 지방 조직이 있다. 부위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있으며, 몸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몸속 장기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색깔로 구분하면 백색ㆍ베이지색ㆍ갈색지방이 있으며 지방의 색깔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섭취한 음식이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아 저장된 것이다.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비상 상황에서 에너지원이 되며 물리적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비만과 각종 성인병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지방은 나쁜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지방은 나쁜 세포가 아니다. 오히려 지방 세포에서만 나오는 물질이 대사증후군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단지 에너지 저장고 역할만 하는 줄 알았던 지방 세포가 내분비 기관 역할도 해왔던 것이다.
지방 세포에서 호르몬과 유사한 아디포사이토카인(Adipocytokine)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며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에너지 균형 등을 조절하는 생리활성물질이다. 아디포사이토카인에는 몸에 유익한 것(아디포넥틴Adiponectin)과 유해한 것(PAI-1, TNF-α)이 있다. 보통 사람의 혈액에서 두 물질이 균형을 이루지만, 내장지방이 너무 많으면 유익한 물질은 줄어들고 유해한 물질이 늘어 몸에 여러 가지 악영향이 나타난다.
대사증후군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디포넥틴인데 일본 오사카대학의 마쓰자와 유지(松澤佑次) 교수의 연구팀은 1996년에 혈관의 손상을 신속하게 복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포넥틴의 혈중 농도가 낮을수록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1]
아디포넥틴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지방의 연소를 촉진한다는 것을 밝혀낸 도쿄대학의 가도와키 타카시(門脇 孝) 교수는 아디포넥틴의 분비를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바로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허리가 줄었다면 아디포넥틴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또한 사과나 토마토 같은 식품을 섭취하거나 대두에 함유된 아르기닌이나 녹차의 카테킨도 아디포넥틴의 분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지방이 좋거나 나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책임은 오직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결코 지방은 나쁜 것이 아니다.
포유류의 목과 어깨 주위에서 발견되는 특수 지방조직인 갈색지방은 지방분해와 지방산 산화 능력이 있어 과도하게 섭취한 칼로리를 열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지방을 태우는 지방’으로 불린다. 북극의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체온 유지와 대사 반응을 원활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인 갈색지방 때문이다(갈색 지방은 미토콘드리아 속 전자 전달계를 변경해 열을 만들어낸다). 근육 세포와 같은 줄기세포에서 유도된 것으로 알려진 갈색지방 세포는 갈색을 띠는데 이는 철을 함유한 미토콘드리아가 백색지방 세포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갈색지방은 태생기에 주로 많으며 출생 후 10년 이내에 소실된다. 하지만 퇴화한 줄 알았던 갈색지방을 2009년에 미국 조슐린 연구소와 유럽 및 일본의 연구팀들이 양전자 방출 컴퓨터 단층촬영기(PET-CT)로 발견했다. 확인된 갈색지방 위치는 쇄골ㆍ척추ㆍ목뒤ㆍ어깨 등이었다. 성인 근육 1g=13kcal를 소비하는 반면, 갈색 지방 1g=6,000kcal를 소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근육에 비해 무려 460배나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다.
이처럼 인류 생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갈색지방이지만, 퇴화하면서 발현 능력을 잃어 양이 너무 적고 사람마다 보유량도 제각기 달랐다. 성인보다는 나이가 어릴수록 많았고, 남자보다는 주로 여자 그리고 주로 마른 체형에서만 나타났다. 비만인 경우 아예 없는 사람도 있었다.
양전자 방출 컴퓨터 단층촬영기(PET-CT)에 촬영된 몸속 갈색지방[이미지 출처: 구글]
그런데 갈색지방을 연구하던 중 제3의 지방, 즉 베이지색 지방을 발견하게 된다. 백색 지방과 유사한 지방세포지만, 특정한 자극 유전자 발현을 통해서 갈색 지방의 기능을 담당한다. 다시 말해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의 역할 모두 가능하며 세포 생김새 역시 상황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베이지색 지방은 갈색 지방이 없어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성인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베이지색 지방이 갈색 지방 역할을 하게 만들면 된다는 인데,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근력 운동이 베이지색 지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베이지색 지방을 활성화하는 호르몬인 아이리신(Irisin)이 근육에서 나온다. 운동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아이리신은 짧은 시간에 고강도로 운동을 하기보다는 장시간 낮은 강도로 운동할 때 많이 분비된다.
두 번째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풍부한 고추를 규칙적으로 먹으면 활성화시킬 수 있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땀이 나는 이유도 베이지색 지방이 에너지를 연소하면서 열을 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캡사이신은 혈관을 확장해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위를 자극해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세 번째는 냉수로 샤워하거나 서늘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갈색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을 활성화해 에너지를 소모한다. 저온을 이용한 방법으로 냉동 요법이 있는데 액체 질소를 이용하여 영하 130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을 만들고 3분간 신체를 노출하는 요법으로 ‘크라이오 테라피(Cryoutherapy)’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갈색 지방과 베이지색 지방 활성화를 통한) 체중 감량법 네 가지[2]
1. 목과 등세모근에 얼음팩을 20~30분 동안 올려놓기: 인슐린 민감성이 가장 낮은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소파에 수건을 깔고 얼음팩을 등받이에 댄 채 기대앉아 글을 쓰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2.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500밀리리터 이상의 찬물 마시기: 실험 참여자 중 2명은 안정시 대사율이 24~30퍼센트나 증가했고, 찬물을 마시고 40~60분 뒤 대사율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안정시 대사율이 오히려 4.5퍼센트 낮아진 사람도 있었다. 찬물을 마시고 20~30분 후에 느린 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아침 식사를 하라.
3. 저녁 식사 전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찬물로 5~10분 동안 샤워하기: 두 번 다 해도 괜찮다. 먼저 더운물로 1~2분간 전신을 적시고, 물 밖으로 나와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는다.
4. 체중을 더 많이 빼고 싶다면 20분 동안 냉수욕을 해보라: [찬물로 샤워해야 하는 이유]
첫째, 인체는 단기간(30분) 냉기에 노출되면 몸이 떨리면서 열을 발산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지방산을 분비한다. 그러므로 몸이 떨리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면 제4형 당수송체를 근육 세포 표면에 집결시켜 제지방 근육량을 늘릴 수 있다.
둘째, 30분까지는 아니어도 냉기에 노출되어 몸이 떨리면, 아디포넥틴 수가 올라가고 근육 세포의 포도당 흡수력이 향상된다. 냉기 노출이 끝난 후에도 이런 효과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셋째, 몸이 떨리지 않더라도 갈색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을 자극함으로써 ‘지방을 태우는 지방’을 유도할 수 있다. 떨림 현상이 없어도 수중 운동을 하면 지상 운동에 비해 제지방 근육 세포가 조금이나마 더 늘어난다.
넷째, 갑자기 찬물에 접촉하면 면역 체계를 자극해 면역력이 높아진다. 운동이나 따뜻한 물로 샤워해서 몸을 예열하면 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혈중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다섯째, 냉수 샤워는 우울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20도의 물로 2~3분 동안 샤워하는 것을 우울증 치료에 활용한 사례 연구도 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5분 간격으로 물의 운동을 조금씩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인체의 세포조직 중에서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코 근육이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하는 심장 근육 세포에 가장 많으며, 그다음은 골격근 세포다. 골격근 중에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허벅지는 체중을 지탱하면서 사용하는 근육이기 때문에 크기가 가장 크며, 미토콘드리아도 많은 것이다. 왜 인간에게 걷기처럼 다리를 움직이는 운동이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근육도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 하얀 색깔을 띠는 근육은 속근(Fast muscle, 백근), 빨간 색깔을 띠는 근육은 지근(Slow Muscle, 적근)이다(그리고 양쪽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중간 섬유 근육도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빨간색 근육인 지근에 많다. 근육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면, 더 많은 ATP가 만들어진다.
ATP가 많으면 근육세포는 장기간 피로해지지 않고 움직임을 계속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구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근육이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구력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미토콘드리아가 많은 지근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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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고: 출판사 전나무숲 블로그 - 쓰보타 가즈오의 《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 전나무숲(2013)
[2] p161-163, 전자책, 팀 페리스의《포 아워 바디》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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