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생명 발전소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그리고 생각할 때, 몸이 움직일 때, 잠자는 순간에도 몸속의 세포는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런데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바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다. 여러 소화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몸이 원하는 형태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생산 공장'이 필요한데 그 주인공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대부분의 에너지 생성이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포 발전소’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닉 레인이 “생물학에서 가장 기이한 메커니즘”으로 표현했던 마법, 즉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화학적 연출이 이루어진다.
움직인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빈번하게 융합과 분열을 반복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움직임을 통해 거대한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는 고에너지 인산염으로 구성된 아데노신3인산ATP을 생산한다. ATP 생산은 인류의 조상이 그래왔듯 음식을 구하고 먹는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한다. 전 과정은 일련의 움직임으로 구성되고 움직임의 가장 큰 목적은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끼리 물질을 주고받으면서 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마치 세포 안에서 살고 있는 다른 생물과 같다. 과연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움직일까? 우선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ATP를 생산하는 것은 내막에 있는 ‘ATP 합성효소ATP Synthase’ 또는 ‘ATP 생성효소’라 불리는 거대한 효소복합체 단백질이다. 호흡연쇄, 즉 전자전달체계(Electron Transport System)[1]의 마지막 단계에서 ATP를 합성하는 중요한 효소로 이 단백질의 존재는 1960년대에 밝혀졌다.
1964년 ATP 합성효소의 모습을 처음 발견한 생체에너지학의 거장인 에프라임 라커(Efraim Racker, 1913-1991)는 ATP 합성효소를 ‘생물학의 기본입자’로 묘사했다.[2] 그도 그럴 것이 이 효소의 구조와 작동방식은 놀랍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는 8가지의 단백질 성분이 각각의 구별된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요소로 조립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라도 없으면 전체 기능이 멈춰버리는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ATP 합성효소가 어떻게 ATP를 만드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워서 오랫동안 세계 연구자들을 괴롭혀 왔다. 1981년 미국의 화학자 폴 보이어(Paul Boyer, 1918-2018)가 "ATP 합성 효소가 회전해서 ATP를 만든다."는 전대미문의 회전설을 주장했을 때 아무도 이 가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교토 산업대학의 요시다 마사스케(吉田 賢右)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초로 ATP 합성효소가 회전하는 모습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3] 보이어의 회전설이 증명된 순간이다(이 연구가 발표된 1997년 보이어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보이어는 요시다 교수가 보낸 ATP 합성 효소가 회전하는 비디오를 보고 “오랜 생애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영상이다."라고 말했다.
ATP 합성효소가 회전해서 ATP를 만드는 구조는 수력 발전과 닮다. 마치 수력발전소의 터빈Turbine, 수차이 움직이는 것처럼 회전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기능적으로는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회전 운동형 효소로서 각 단백질 구성요소의 조합이 개별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회전 운동을 통해 수소이온 배출과 ATP 합성작용을 동시에 수행해낸다.
한편 미토콘드리아는 음식물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수소 이온을 미토콘드리아의 바깥쪽으로 운반해서, 바깥쪽에 수소 이온을 저장한다. 저장된 수소 이온이 ATP 합성효소 안을 지나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흐르는 힘으로 ATP 합성효소 안의 터빈이 회전해 ATP를 만든다. 몇 가지 숫자만 확인하면 우리 몸속 에너지 생산 공장의 지칠 줄 모르는 발전소 기능을 실감할 수 있다.
평범한 세포 1개가 1초 동안 정상 기능을 유지하려면 약 1천만 개의 ATP 분자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1초 사이에 무려 1억×1조 개(1020개)의 ATP 분자가 소모되는 셈이다. ATP가 소모되면 원자재(ADP와 인산염)로 분해되고, 양성자 배터리로 구동되는 터빈에 의해 다시 ATP로 재생되어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포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사람의 평균 에너지 소모량을 생각할 때, 세포 터빈의 생산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당신이 제아무리 속독의 대가라고 해도, 이 한 문장을 읽는 동안 당신의 몸은 5억×1조 개의 ATP 분자를 생산했다. 그리고 방금 3억×1조 개가 추가되었다.
– 브라이언 그린의《엔드 오브 타임》중에서[4]
결국 미토콘드리아도 움직임을 통해서 에너지를 생성한다. 이 미토콘드리아가 있기에 몸은 움직이고,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체의 ATP 생산[5]
근육세포는 ATP를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근육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을 위한 에너지인 ATP가 지속해서 공급되어야 하며, 세포는 대사작용을 통해 ATP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 있다. 근육세포는 다음 세 가지 대사작용이나 이 중 하나의 대사작용에 의해 ATP를 생산한다.
① 크레아틴인산(Phosphocreatine, PC)에 의한 ATP 생성(ATP-PC 체계 경로)
② 해당용(Glycolysis)에 의한 포도당이나 당원의 분해로 ATP 생성(해당작용 경로)
③ 산화작용에 의한 ATP 생성(크렙스 회로Krebs Cycle와 전자전달체계 경로)
이 중 크레아틴인산과 해당작용에 의해 생산되는 ATP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무산소성(Anaerobic) 대사작용’이라고 하며, 산소를 이용한 산화작용에 의한 ATP 생성과정을 ‘유산소성(Aerobic) 대사작용’이라고 한다.
▶ ATP를 만드는 ATP 합성효소의 움직임 구조[6]
1. 음식물을 분해함으로써 얻은 에너지로 수소 이온을 미토콘드리아 막의 바깥쪽에 저장한다.
2. 수소 이온이 미토콘드리아의 내부로 흐르는 힘을 이용해 ATP 합성효소의 터빈이 회전한다.
3. 터빈과 연결 축이 회전한다.
4. 축의 움직임으로 단백질의 구조가 변함으로써 ADP와 인산이 결합해 마침내 ATP가 생긴다.
▶ 근육 안의 모든 ATP는 다 소모될 수 있는가?[7]
이는 운동을 과도하게 하여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무리 운동을 심하게 하여도 근육섬유 안에 있는 ATP의 약 30%만을 사용할 뿐이다. 따라서 피로라고 부르는 상태는 운동하고 있는 근육에서 오는 다른 변화들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틀림없다. ‘피로(Fatigue)’라는 생리학적 단어는 근육이 더 이상 힘을 생성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가역상태(Reversible Condition)를 말한다.
피로는 대단히 다양하다. 즉, 피로는 수축활동의 강도나 기간에 따라서 근육섬유가 유산소성 또는 무산소성 호흡을 하는지에 따라서, 근육의 조성에 따라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피로 연구는 상당히 복잡하다. 예를 들면 껍질을 벗긴(근육세포막이 제거된) 하나의 근육섬유에서 운동중인 인간까지, 광범위한 조건에서 근육피로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이 밝혀지고 있다. 피로는 2가지로 분류되는데, 중추신경조직에서 일어나는 ‘중추피로(Central Fatigue) 기전’과 신경근육이음부와 근육의 수축 구성 분자들 사이의 어디선가 일어나는 ‘말초피로(Peripheral Fatigue) 기전’이 있다. 대부분의 실험적 증거에 따르면, 근육피로는 중추신경이나 신경근육이음부에서의 전기화학적 전달의 실패가 아닌 근육섬유 안의 흥분-수축의 실패에 기인한다.
몸의 움직임과 더불어 앞으로 이야기할 마음, 즉 의식의 바탕이 되는 ATP 합성 메커니즘은 생명의 역사에서 거의 초기 단계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내막뿐만 아니라 식물 엽록체의 틸라코이드 막에도 있고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 세포막에도 ATP 합성효소가 무수히 많다. ATP 합성 메커니즘은 생명체가 만든 나노머신(Nanomachine)[8]들 중 가장 정교하며 가장 먼저 생겼다. 인류는 ATP 구조를 최근에 밝혀냈는데, 단세포 박테리아들은 이미 35억 년 전에 이렇게 복잡한 나노머신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야 겨우 나노기술(Nano Technology)[9]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말이다.
ATP 합성효소를 이해하면 DNA를 중심으로 생명현상을 보는 관점이 보완되고 더 확장될 수 있다. ATP 합성효소가 생명현상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적인 생화학 작용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도킨스가
모든 고등생물은 세균 세포막의 거품에 불과하다.
고 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생명은 단세포 박테리아 이후로 그 본질에서 한 발짝도 움직여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양성자(Proton)[10] 펌프다. 양성자를 내막에서 외막으로, 기질 바깥으로 계속 퍼낸다. 그리고 양성자가 기질 바깥에서 농축되면 막으로, 미토콘드리아 내막 안으로 확산해 들어오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ATP가 합성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인류가 흉내도 못 내는 ATP 합성효소야 말로 빅뱅 초기에 생겼던 업 쿼크(Up Quark) 두 개에 다운 쿼크(Down Quark) 한 개로 이루어진 양성자를 그대로 쓰고 있다.[11] 지금 우주에서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입자인 양성자, 그 양성자가 바로 생체에너지 ATP 합성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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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 주: 유산소성 ATP 생산을 산화적 인산화라고 하는데 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며 이런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로를 전자전달체계라 한다. 호흡체계 또는 사이토크롬체계(Cytochrome System)라고도 한다.
[2] p132, 닉 레인의《미토콘드리아》
[3] 저자 주: 이 실험은 “ATP 합성효소는 세포의 경이로운 회전 엔진(ATP synthase - A marvelous rotary engine of the cell)”이라는 제목으로 2001년 <Nature Reviews>에 논문이 실렸다.
[4] p92, 전자책, 브라이언 그린의《엔드 오브 타임》
[5] p47, 생체에너지학, 스캇 파워 & 에드워드 홀리의《파워 운동생리학, 10판》
[6] p72~73, 전자책, 아이뉴턴 편집부의《근육과 운동의 과학》
[7] p402, 디 언그로브 실버톤의《인체 생리학 5판》
[8] 저자 주: 나노미터 단위, 즉 1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즉 천 분의 1mm) 보다도 작은 초소형 기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나노봇(Nanob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9] 저자 주: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하였다. 1나노초(ns)는 10억분의 1초를 뜻한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대략 원자 3~4개의 크기에 해당한다. 나노기술은 100만분의 1을 뜻하는 마이크로를 넘어서는 미세한 기술로서 1981년 스위스 IBM연구소에서 원자와 원자의 결합 상태를 볼 수 있는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을 개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10] 저자 주: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이며, 양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11] 저자 주: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의 구성자를 소립자라고 하는데, 쿼크는 소립자의 복합 모델에서 기본 구성 입자의 한 종류이다. 대부분의 물질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다시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쿼크는 6가지 종류가 있으며 물리학자들은 이들을 up/down, charm/strange, top/bottom 등 3개의 쌍으로 분류하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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