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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연 Mar 29.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할 것

진짜로 현명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법

나는 투자에도 관심이 많아, 재테크에 관련된 책도 종종 읽는다.  나는 전문가가 아닌 개미 투자자이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보다 개인 투자자, 소액투자자에게 상당히 부조리한 시장임을 많이 전해 듣고는 했다. 배당성향이 낮고, 다른 국가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 많고, 대주주가 상속세 절감을 위하여 주가 상승을 일부러 내리누르는 등 코스피, 코스닥 투자는 상당히 불합리한 점이 많다.


그중 '주식농부'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박영옥 님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전부 요약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박영옥 님이 주주총회에서 이야기하는 점들이다. '배당금을 늘려서 주주들과 함께하는 회사가 되자. 장기근속자에게 스톡옵션등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근로 의욕을 높이자. 영업을 활성화 하자.'와 같은, 원론적이지만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주주 제안을 하신다. 하지만, 자신들의 당장의 이익과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경영진들은 박영옥 님의 제안이나 발표를 잘 듣지도 않고, 그저 주주총회를 자신들이 원하는 사안만 대강 처리한 뒤에 마치기 바쁘다고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은, '왜 박영옥 님은 이루어지기 힘든 이상을 계속해서 제시하는가?'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점들은 나보다 전문가이신 박영옥 님이 더 잘 아실 것이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목소리를 내더라도, 대주주가 반대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박영옥 님은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자본시장의 불합리함은 단순히 한 명의 목소리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기업 경영인과 정치인 투자자 증권사 모두가 힘을 모아 뜯어고쳐야 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가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박영옥 님의 정 반대의 입장에는 최근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누칼협 꼬이직'을 들 수 있겠다.

어감부터 날이 서있는 이 유행어는,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거 아니잖아. 아니꼬우면 이직을 해라.'라는 신조어이다. 이 단어에는 선택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그 선택을 강요한 것이 아니니, 자기 직장에 불만이 있으면 불평을 하지 말고 개인의 능력껏 이직을 해라.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누가 협박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니, 선택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불평하지 말라.'라는 어조로도 사용된다. 한편으로는, '불평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바꾸려고 노력할 시간에 차라리 그 선택지를 버리고 다른 것을 쫓는 게 현명하다.'라는 함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말이 아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맞는 말이며, 나 또한 인생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참고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생에서 때로는 '꼬이직' 보다는 '불평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세상의 부조리함을 마주친다. 피해 가는 현명함을 발휘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그에 맞서서 내가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단 1도라도 세상의 기울기를 틀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 맞추는 게 필요한 순간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뚤어진 세상에게 '네가 비뚤어진 거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저변에는, '잘 될 것이고 세상은 나아질 것이다.'라는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믿음이 바탕이 되어있다. '잘 안될 것이고 세상은 점점 살기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부정적 인식은 냉철하고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다.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동북아의 정세는 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우리나라는 경제적 어려움과 출산율 부족으로 인한 소멸위기, 자원부족 등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은 시사 상식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꼬이직'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옳은 선택이냐는 것이다. 이민을 간다고 해서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도 모두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살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환경 문제는 모든 지구촌 사람들이 노력해서 개선해야 하는 문제이다. 결국, 삶에서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피해나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며, 오히려 피하는 것보다는 싸우고 부딪혀서 개선해 나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온갖 부정적이고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 이를 무력하게 받아들이고 피하는데 주력하기보다는, 희망을 가지고 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세상과 부딪혀서 그 과실을 얻고자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뜻 보면 비합리적인 이런 행동들은, 사실 부정적인 삶의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더 얻을 것이 많다는 깨달음에서 나온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과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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