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잊히지 않는, 부끄러운 기억들이 정말 많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매달렸던 기억들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매달렸던 기억이 많다. 그녀가 나를 싫어하든, 밀어내든, 나는 '내가 사랑하니까 때문에 전력을 다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사랑하고 부서졌었다. 나는 정말 많이 힘들고 아파했고, 상대방도 부담스럽고 힘들어했다. 그러나 다른 사랑은 언제나 또 찾아왔고, 또 다른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
나는 안 되는 일에도 매달려 본 적이 있다.
자격증을 필기에서만 계속 합격하고, 실기는 10번 가까이 낙방해서 끝끝내 그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
그때는 그 자격증이 없어서 커리어를 쌓는데 상당히 큰 지장이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은 꽤나 만족하며 4년째 근무 중이고, 앞으로도 해고될 염려가 적어서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꼭 그 일만 해서 먹고살라는 법은 없는 것이었다.
한 때 그릿(GRIT)이라는 자기 개발서가 유행한 적이 있다. 꾸준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성공을 불러온다는 내용이다. 20대의 나는 그릿도, 1만 시간의 법칙도 믿으며 내가 정한 길을, 사랑을 관철하기 위해 나를 부수고 갈아 넣으며 전진했다. 물론 그중에 '땄던'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실패한 것에 투자한 시간, 돈,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많이 잃어버리고는 했다.
이제는 매달리지 않는다. 뭐든 놓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또 다른 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브런치도 그 일환이다.) 예전 같으면 부서지더라도 무조건 높은 목표에 도전했다면, 이제는 좀 올려다봐서 안 될 것 같으면 우회한다. '이 목표 말고 딴 거 해보지 뭐, 세상에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닌데.'라고 혼잣말하며.
비겁하다고, 배짱이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지혜롭고, 효율적이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부족한 내 글을 단번에 요약할 수 있는 기도문이 있기에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게 해 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