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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연 Apr 08. 2023

의심에 대하여

나를 지키는 장도(粧刀)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웹사이트

장도(粧刀)는 보통 은장도로 많이 알려져 있고, 옛날에 장신구의 역할을 하면서도 다용도 및 호신용으로 사용되던 짧은 칼이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의심'은 장신구로 쓰일 수는 없지만, 호신용으로 쓸 수 있어서 장도에 비유하게 되었다.


보통은 의심한다고 하면, 의심하는 사람을 '예민하다, 과하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 라며 잘못된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고, 신뢰하고 믿어주는 사람을 '진실되다. 순수하다.' 라며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섣부른 신뢰의 대가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나는 독자들에게 '먼저 의심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그 무언가에게 속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사람, 사랑, 종교, 진리, 사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없는 것들) 등등, 우리가 믿는 많은 것들은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우리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사기꾼들은 감언이설로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돈을 빼앗아간다. '엄마 나 핸드폰이 망가져서...', '서울지방 검찰청 000 검사입니다. 귀하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어....', '00 은행 김 00 팀장입니다. 현재 대출상품보다 저렴한 금리로...' 등등, 우리는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사람의 메시지를 꼭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랑은 온갖 달콤한 말로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이 아닌 외부적인 조건 몇 가지만 변해도, 옥시토신•도파민•페닐에틸아민과 같은 사랑의 호르몬의 분비가 끝나도, 몇 번의 다툼이 지나가도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마음이며, 심지어는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사랑의 탈을 쓰고 연인이나 가족에게 폭행이나 학대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랑도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나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는 관계라면 이를 끊어낼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진리나 사실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이전에 사실이라고 생각되던 것이 아니라고 밝혀지기도 하기에,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의심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종교는 어떠한가. 많은 사이비 종교지도자들이 신도들을 혹세무민 하여 잘못된 길로 이끌고, 사회에 많은 피해를 끼치고 돈을 그러모아 호의호식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은 '잘 믿는' 사람들을 속여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 또한 위에 나열한 예시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가면은 가지고 다닌다. 피해를 끼치려고는 하지 않지만, 내 것을 챙기려 할 때나, 혹은 내 것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 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장도만큼의 호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장도만큼의 의심을 가지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지, 좋은 사람인지, '도를 아십니까'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은 아닌지 말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데 영감을 주었던 인터넷의 '사회생활 팁' 중 한 꼭지가 있다. 몇 년 전 보았던 글인데 원문이나 링크를 지금은 찾을 수 없어 기억을 더듬어 말미에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의심하라. 의심한다는 것은 조심한다는 것이지 누군가를 욕보이거나 먹칠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의심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 의심을 조금씩 내려놓아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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