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이성적인 척, 냉철한 척 가면을 두 개정도 쓰고 다닌다. 그러나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에는 듣고 있는 노래 선곡에 따라 기분이 바뀌고, 떠오르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웃음이 나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아직도 감정과 불안에 끌려다니는, 불안정한 마음을 가지고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 감정이란 것이, 무뎌지기보다는 깊어짐을 느낀다. 사랑이 깊은 만큼 동전의 양면 같은 증오가 커진다. 크게 슬퍼하고 많이 행복해한다.
그래서 때로는 무언가를 사랑하거나 정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쓴다. 사람 혹은 반려동물은 애정을 쏟은 만큼, 내 곁을 떠나거나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려움이 앞선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가 폐허가 되는' 경험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기쁨과 사랑과 행복의 크기만큼, 슬픔과 증오와 상실감이 따르기를 알기에 전자의 것들을 시작할 때의 망설임이 크다.
그러나 살아야 했다. 생이 소풍인지, 형벌인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고 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기나긴 우울 끝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는 것이 내가 신과의 대국을 이길 수 있는 '78수'임을 알았기 때문에, 잘 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내 감정에게 내 행동이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감정은 구름과 같다.'이다.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어도 대응할 수는 있었다.
1. 비구름이 휘몰아치면 최대한 안전한 곳에 몸을 피하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밖으로 나가 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없다. 이럴 때는 최대한 안전한 곳(자극이 적고 내 마음이 편안한 장소)에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2. 폭풍으로 혼자서 복구하기 힘든 큰 피해가 생기면 구호를 요청한다. 정말 힘든 경우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 상담사, 정신과를 방문하자.
3. 비 오는 날에도 노래를 부르자. 사실 날씨가 궂다고 해도, 그것에 반응하고 결정하는 것은 내 몫이다. 나는 이걸 깨닫고 난 후에, 기분이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일단 엄청나게 신나는 노래들을 틀고 신나거나 기분 좋은 일들을 하고, 현재 있는 일들의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보고 있다.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4. 장마가 진다 하더라도, 결국 화창한 날은 다시 오더라. 365일 비가 올 수 없고, 반대로 365일 맑고 화창할 수 없다. 우울한 것도, 행복한 것도 결국 다 지나가고 또 돌아온다. 그러니 지금 폭우가 내린다면, 다시 해가 뜬다는 것을 굳게 믿고 느긋하게 기다려보자.